Page 56 - 2021년12월 라이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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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갈비
닭갈비는 밥 한 끼를 순식간에 비우게 하는 밥도둑이다.
1960년대부터 지금까지 저렴하면서도 중독성 강한 맛으로
각광받아온 닭갈비가 왜 K푸드 키워드로 꼽히게 된 걸까?
매콤한 양념에 부드러운 치즈로 고소함을 가미한 치즈닭갈
비는 물론, 녹인 치즈에 닭갈비를 찍어 먹는 퐁뒤가 등장해
고전 음식의 재해석을 널리 알리며 현대식 요리로 거듭났
기 때문이다.
여기에 닭고기와 채소 외 다양한 식재료를 추가하는 것도
한몫했다. 당면과 떡은 당연한 것이고, 오징어·주꾸미 등
해산물을 추가하기도 하며, 밥을 볶아 입가심 겸 후식처럼
산낙지 먹는 코스 요리 방식까지 더해져 보다 다채로운 맛과 멋을
도마 위를 기어 다니는 낙지를 잡아 적당한 크기로 썰어 먹 선사한다.
는 생식 산낙지. 영화 <올드보이>의 장면이 해외로 알려진
후 그 문화적 충격으로 산낙지는 외국인이 한국에 왔을 때
꼭 도전하는 K푸드로 등극했다. 산낙지를 실제로 마주한
외국인은 강렬한 비주얼에 충격을 받지만 그것도 잠시, 신
선하고 쫄깃한 산낙지의 묘미에 금세 빠지곤 한다. 해산물
중에서도 가장 날것의 풍미를 간직한 산낙지를 거리낌 없
이 먹는 행위가 흥미롭고 신기한 것도 눈길을 사로잡는 포
인트다.
각종 전
비 오는 날 생각나는 건 그 사람이 아닌 전(부침개). 해외에
서의 전은 코리아 피자 혹은 코리아 팬케이크로 불린다. 납
작한 모양과 다양한 재료의 조합 때문에 붙은 이름이라고.
한국 음식의 오랜 역사를 간직한 전은 명절에 없어선 안 되
는 전통 음식이지만, 육류와 채소 가릴 것 없이 여러 가지
식재료로 만들 수 있는 폭넓은 요리법 덕분에 남녀노소 모
두가 자주 먹는 대중적 먹거리로도 유명하다. 사실 일상 음
식이든 우리나라의 명절 음식이든 넓은 팬에 기름을 두르
고 지지는 전, 그 속까지 고소한 기름이 촉촉하게 밴 맛은
왠지 마음까지 푸근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54 december 2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