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1 - 2021년12월 라이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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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읽는 고사성어
鷄鳴狗盜 鷄 닭 계 鳴 울 명 狗 개 구 盜 도둑 도
계명구도 울음소리를 잘 내는 사람과 개처럼 변장하여 좀도둑질을 잘하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즉, 하찮은 재주를 가진 사람도 쓸모가 있음을 말한다.
전국시대, 각 나라 왕들과 귀족들은 저마다 세력을 키우려 했으나 뾰족한 수가 나오지 않았다. 이때, 개 흉내를 잘 내
고 널리 인재를 모았다. 특히 제나라 맹상군은 식객을 잘 대 던 사내가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제
접하기로 유명했다. 아무리 천한 사람이라도 한 가지 재주 가 다시 가져오겠습니다.”
에 뛰어나면 모두 받아들였다. 어느 날, 맹상군 집에 초라한 그날 밤, 사내는 개를 흉내 내면서 궁중 창고로 숨어 들어갔
모습을 한 식객 두 사람이 들어왔다. 다. 군사들이 개로 착각하고 경계를 소홀히 하는 틈을 타 사
“그대들은 무슨 재주가 있는가?” 맹상군이 묻자 두 사람이 내는 호백구를 훔쳐 나왔다. 호백구를 받은 후궁이 소왕에
나서며 대답했다. “저는 개 흉내를 잘 냅니다.” “저는 닭 울 게 간청한 덕분에 맹상군은 풀려날 수 있었다. 어둠을 틈타
음소리를 잘 냅니다.” 옆에서 이 말을 듣던 다른 식객들이 서둘러 길을 떠난 그들이 함곡관까지 도망쳐 왔을 때는 한
크게 비웃었다. 하지만 맹상군은 그런 재주도 나중에 쓸모 밤중이었다.
있을지 모른다며 이들을 받아들였다. 얼마 후, 맹상군은 왕 관문을 통과하려면 진나라 법에 따라 아침 첫닭이 울어야
의 명령으로 진나라에 갔다. 진나라 소왕은 맹상군의 인품 문을 열 수 있었다. 이때, 닭 울음소리를 잘 내는 사내가 나
에 반해 재상으로 삼으려 했다. 그가 왕에게 두터운 신임을 섰다. 그가 ‘꼬끼오!’ 하고 닭 울음소리를 흉내 내자, 그 소리
받자 이를 시기한 진나라 신하들이 반대하고 나섰다. 를 듣고 다른 닭들이 모두 따라서 울었다. 그러자 수문장이
소왕은 이 말에 솔깃해 맹상군을 옥에 가두고 기회를 보아 눈을 비비며 관문을 열었다. 그리하여 맹상군 일행은 함곡관
죽이려고 하였다. 위기에 빠진 맹상군은 소왕이 아끼는 후 을 빠져나가 제나라로 무사히 돌아올 수 있었다.
궁에게 사람을 보내 구해 달라고 했다. 그러자 후궁은 이런 ‘계명구도(鷄鳴狗盜)’는 여기에서 유래했다. “닭 울음소리
조건을 걸었다. “그대가 가지고 있는 호백구를 내게 준다면 를 내고 개를 흉내 내 도둑질을 한다”라는 뜻이다. 사람을
구해 드리지.” 호백구는 여우의 흰 겨드랑이 털로 만든 옷 함부로 얕보면 안된다는 것이다. 못난 사람도 계명구도처
이다. 천금 가치를 지닌 이 물건은 진나라로 들어올 때, 이 럼 쓰임새가 있기 때문이다.
미 소왕에게 선물로 바쳐 버렸다. 맹상군은 식객들과 상의 출처 사자성어 모음집
december 2021 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