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7 - 2021년10월 라이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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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가리는 버리지 말고 버터나 기름 두른 팬에 올려 구우면 바다의 기운이 펄떡이는 백사장항
바삭하고 고소한 맛을 즐길 수 있다. 서해 중에서도 대하가 가장 맛있다는 태안군 안면도 백사
이게 다가 아니다. 서해 바다에는 꽃게도 한창 물이 올랐 장항. 안면대교를 건너 안쪽으로 조금 더 들어가면 나오
다. 꽃게는 봄이 제철 아니냐고? 어허, 모르는 말씀. 꽃게 는 작은 포구다. 이곳은 전국 최대의 대하 집산지로 유명
는 봄가을 두 번의 제철을 맞는데 봄에는 산란기를 맞은 암 한데, 대하가 제철을 맞은 9~10월은 싱싱한 대하를 잡아
꽃게가, 가을에는 살이 튼실하게 오른 수꽃게가 맛있다. 올린 배들과 그것을 맛보려는 방문객으로 인산인해를 이
암꽃게와 수꽃게를 구분하려면 배 뚜껑 모양을 보면 된다. 룬다.
암꽃게는 둥근 반달 모양이며, 수꽃게는 긴 삼각 모양이기 늦은 오후, 새벽에 출항한 대하잡이 배가 조업을 마치고 들
때문에 한눈에 암수를 구별할 수 있다. 꽃게는 쪄서 먹으면 어오면 기다리고 있던 아낙들이 우르르 배에 올라 그물에
포슬포슬한 살을 발라 먹는 재미가 있고, 탕으로 끓여 먹으 서 대하를 떼어내는 작업을 한다. 사니질(모래와 진흙이 섞
면 시원한 국물에 소주 한잔 털어 넣는 즐거움이 있다. 한 인 토질)에 묻혀 사는 대하는 삼중자망으로 잡는다. 자망
창 물 좋을 때니 어떻게 먹어도 맛있을 터. 굴도 맛이 들기 (刺網)은 잡으려는 물고기의 몸 둘레보다 그물코가 작은
시작했고, 우럭도 제철을 맞았다. 서해에서 나는 건 무얼 그물을 물고기가 다니는 길목에 쳐서 잡는 방법. 삼중자망
먹어도 좋은 계절이란 말씀. 은 그물실의 굵기와 그물코의 크기가 다른 3장의 그물을
고소한 전어를 구워 먹든 탱글탱글한 대하를 쪄서 먹든, 한 겹쳐 만든 것으로, 대하가 지나가는 길목에 1시간 정도 내
껏 물오른 가을 바다의 참맛을 보고 싶다면 일단 서해로 떠 렸다가 건져 올리면 그물코에 대하가 쏙쏙 박혀 있는 것을
나고 볼 일이다. 볼 수 있다.
october 2021 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