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2 - 2021년10월 라이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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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Review
『공간의 미래』
코로나가 가속화시킨 공간 변화
우리가 사는 공간은 그 안에 사는 인간의 변화에 맞춰 함께 변화해왔다.
그런데 코로나19로 우리의 일상이 바뀌면서 공간의 변화 속도가 빨라졌고, 나아가던 방향도 조금 틀어졌다.
이 책을 통해 집, 회사, 학교, 상업 시설, 공원, 지방 도시, 물류 터널 등 우리가 생활하고 있거나
우리 생활과 밀접한 공간의 가까운 미래를 짐작해본다.
도시는 과연 해체될까? 미래는 꿈꾸는 자들이 만든다
미래를 바꾸는 변수는 기술 발달, 기후 변화, 전염병 등 이 책은 코로나로 달라진 상황에서 우리의 공간이 어떻
여러 요소가 있다. 시대에 따라 그 변수가 바뀌기도 하 게 바뀌었고, 바뀌어 갈 것인지 그리고 어떻게 바뀌어야
고 각 요소가 미치는 영향력의 크고 작음도 달라진다. 할지 이야기한다. 저자가 제시한 가까운 미래의 공간은
전염병의 영향은 과거에는 컸지만, 의학이 발달한 현대 마당 같은 발코니가 있는 아파트, 각 아이들을 위한 맞
에는 그리 크지 않다고 여겨졌다. 적어도 1년여 전에는 춤 교육 과정이 있는 학교, 지역과 지역을 이어주는 선
대다수의 사람이 그렇게 생각했다. 그렇기에 감염을 피 형 공원, 분산된 거점 오피스로 나눠진 회사, 내 집 가까
해 집에만 틀어박혀 지내야 하는 지금의 모습은 상상하 이에 있는 작은 공원과 도서관, 자율 주행 로봇 전용 지
지 못했다. 하지만 코로나19는 모여야 살 수 있던 인간 하 물류 터널, DMZ 평화 도시 등 실생활 공간부터 간접
사회를 모이면 위험한 사회로 만들었다. 적 공간까지 다양하다. 그중엔 고개가 끄덕여지며 바로
저자가 코로나 확산 이후 많이 받은 질문은 ‘코로나로 적용될 것만 같은 이야기도 많지만, ‘DMZ 평화 도시’처
인해서 도시가 해체될 것인가?’였다. 그만큼 코로나는 럼 이게 될까 싶은 이야기도 있다. 하지만 이야기 끝에
큰 변화를 가져왔고, 계속 모여 살 수 있을지 의문을 갖 저자는 힘주어 말한다. 미래는 꿈꾸는 자들이 만든다고.
게 했다 (도시 해체에 대해 간단히 언급하자면 저자의 소수를 위한 디스토피아가 아닌, 함께 행복한 유토피아
대답은 ‘해체되지 않는다’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인류 는 멀리 있지 않다. 이 책은 그 작은 걸음들의 시작을 위
역사를 비롯한 여러 가지 근거를 대고 있다). 한 고민의 결과다. 자료제공 교보문고
지은이 유현준
건축으로 세상을 조망하고 사유하는 인문 건축가. 건축가는 사회의 복잡한 관계를 정리해 주는 사람이라고 말하
는 그는 어우러져 잘 살 수 있는 화목한 건축으로 관계와 사회를 바꿔 나가는 한편, 여러 매체에서 통찰력 있는 글
을 쓰고 있다. 이 책에는 건축가로서의 공간에 대한 진단, 비판 그리고 함께 행복한 사회를 꿈꾸는 그의 바람이 담
겨 있다.
50 october 2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