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5 - 2024년5월 라이온지
P. 55
그동안 잘 지내셨나? 오랜만이군. 나, 마늘 교수라네. 오랜
강연으로 그간 피로가 쌓여 안식년을 갖고 좀 쉬어볼까 했
는데, 또 나를 이렇게 강단으로 불러내는군. 하긴, 요즘 마
늘이 한창 맛이 좋을 때니 내 생각이 많이 나겠지. 늙어도
이렇게 내 몸이 정정한 걸 보니 마늘의 효능이 정말 대단하
긴 한가 보군. 그래, 오늘 듣고 싶은 얘기가 뭐라고? 마늘
의 효능이라고 했나?
오랜만에 마늘의 효능에 대해 설명하려니 감회가 남다르 는 피라미드를 쌓은 노예
군. 마늘이 사람 몸에 좋다는 건, 소금이 짜고 설탕이 단것 들에게 나누어준 마늘 개수
과 같은 아주 일반 상식 아니던가? 암·고혈압·당뇨·동맥 가 기록되어 있다네. 고된
경화 예방은 물론 피로 해소, 면역력 강화 등에도 효능이 노동을 하는 노예들의 체력을
좋으니 병에 걸렸다 하면 마늘을 찾지. 암도 고친다는 마늘 보강하기 위해서였지. 마늘을 귀하고 신성하
은 ‘기적의 식품’이라 불리기도 한다네. 도대체 뭐가 어디 게 여긴 이집트 사람들은 왕의 무덤에 마늘을 넣기도 하
에 어떻게 좋기에 사람들이 이토록 마늘에 열광하는지 내 고, 마늘을 앞에 두고 충성을 맹세하기도 했다네. 중국에
가 알아듣기 쉽게 설명을 해주지. 특히 마늘 냄새가 너무 서도 만리장성을 쌓을 때 인부들에게 마늘을 먹였다는 이
강해 먹기 싫다는 사람들, 귀담아듣도록! 냄새 안 나고 맛 야기가 전해오고 있지. 이렇게 마늘은 동서고금을 막론하
있게 먹는 방법을 알려줄 테니까. 고 아주 오래전부터 신비한 식품으로 간주해온 것만은 확
실하네.
피라미드와 만리장성을 만든 위대한 힘 하지만 마늘 특유의 독한 냄새와 맛 때문에 단순한 약용
자, 강의를 시작하기에 앞서 문제를 하나 내겠네. 우리가 이상의 식품으로는 발전하지 못했네. 18세기 유럽과 미국
언제부터 마늘을 먹기 시작했는지 아는 사람 있나? 정답을 에서는 불결하고 아주 저급한 식품으로 여기기까지 했지.
맞힌 사람에게는 한껏 물오른 내 마늘 한 쪽을 주도록 하 마늘을 즐겨 먹는 아시아권 사람들에게 이상한 냄새가 난
지. 잘 생각해보도록. 이런, 너무 어렵게 생각하는군. 힌트 다고 눈살을 찌푸리는 등 이루 말할 수 없는 수모를 겪었
를 하나 주겠네. 어릴 때 읽은 전래 동화를 한번 잘 떠올려 다네. 아! 그때를 생각하니 아직도 가슴이 답답해지는군.
보시게. 거기 앞쪽에 있는 사람 한번 대답해보겠나? 오, 그 마늘이 명예를 회복할 수 있었던 것은 최근에 들어서라네.
렇다네. 바로 단군 신화에 마늘이 등장하지. 곰이 100일 마늘의 성분과 효능이 과학적으로 밝혀지고 또 그것이 건
동안 쑥과 마늘을 먹고 웅녀가 되었다는 이야기는 모두가 강에 좋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자 사람들의 반응이 백팔십
잘 알고 있을 걸세. 그런데 사실 마늘이 언제 이 땅에 뿌리 도 달라졌지. 마늘 소비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것은 두말하
를 내렸는지 정확하게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네. <삼국 면 잔소리라네. 그렇게 나를 무시하고 싫어하던 미국인도
사기(三國史記)>에 “입추(立秋) 후 해일(亥日)에 마늘밭에 마늘을 세계 10대 건강식품으로 선정하는 등 그 대우가 확
서 후농제(後農祭)를 지냈다”는 기록이 있어, 마늘이 삼국 연히 달라졌지. 옛날 일을 생각하면 아직도 화가 나지만 어
시대 이전부터 재배했다고 조심스럽게 추측할 뿐이네. 쩌겠나. 내 효능을 몰라서 그랬다는데…. 자, 그럼 이제부
저 멀리 외국의 사례를 한번 볼까. 기원전 2500년 무렵 만 터 본격적으로 세계인을 매료시킨 마늘의 이로움에 대해
든 이집트 쿠푸 왕의 피라미드 벽면에 새겨진 상형문자에 설명해볼까?
may 2024 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