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5 - 2021년 4월 라이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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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의 음성같이 옛 애인의 음성같이』



                                        김승희가 들려주는 우리들의 세계문학


                         산문집 『33살의 팡세』와 시집 『도미는 도마 위에서』 『희망은 외롭다』 외 다수의 작품에서
                ‘역동적이고 혁명적인 유희의 메타포’(이재복)를 보여준 그가, 이번에는 자신이 개척해온 넓고 깊은 작품세계의
                                       지층을 이루는 고전들의 책장을 한 장씩 넘겨 보인다.




            과연 ‘인간’이란 도대체 무엇인가?                               책은 그렇게 인생보다 큽니다
            『어머니의 음성같이 옛 애인의 음성같이』는 메마른 현대사                   1부가 에밀 아자르의 『자기 앞의 생』, 윌리엄 사로얀의 『인
            회를 살아가는 이들에게 김승희 시인이 내미는 52권의 세                   간희극』 등 타락한 세상 속에서 순수함을 지켜나가는 인물
            계고전과 52가지의 사유를 한데 모은 책이다.                         을 주인공으로 하는 작품들을 다루고 있다면, 2부에서는

            김민정 시인의 말처럼, 이는 ‘어딘가 활자가 내게 남겼을                   블라디미르 나보코프의 『롤리타』, 콜린 매컬로의 『가시나무
            목소리, 그 음성을 뒤늦게 더욱 소중히 좇게 하는 책’이다.                 새』 등 파멸하면서 사랑하는, 그리고 사랑하면서 파멸하는
            이 음성은 셰익스피어부터 에리카 종까지, 500년에 가까                   과정을 다룬 강렬한 작품들이 주를 이룬다. 3부는 존 업다

            운 시간을 아우른다.                                       이크의 『달려라, 토끼』, 아베 고보의 『불타버린 지도』, 외젠
            ‘고전’ 하면 떠올릴 헤르만 헤세, 귀스타브 플로베르, 어니                 이오네스코의 『무소』 등을 통해 현대사회에 대한 환멸과 도
            스트 헤밍웨이와 같은 유명 작가는 물론, 윌리엄 사로얀,                   구화된 인간의 일상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발버둥을 그리고

            비르질 게오르규, 시어도어 드라이저, 에리카 종 등 한국                   있으며, 4부에는 오스카 와일드의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
            어로 번역된 작품이 상대적으로 적은 작가들이나 20세기                    서머싯 몸의 『달과 6펜스』 등 다양한 욕망의 단편을 보여주
            후반에 출간된 ‘젊은 고전’까지도 다루고 있는 것이 인상적                  는 작품들을 실었다. 5부는 시어도어 드라이저의 『시스터

            이다.                                               캐리』, 에리카 종의 『날아다니는 것이 무서워』 등 ‘자기 자
            어제와 같은 오늘을 살아내야만 하는 모두에게, 그리고 퇴                   신을 있는 그대로 묘파하는 슬픈 힘을 가진’ 여성들의 이야
            근 시간 무렵의 맥빠진 허무에 발길이 무거워지는 모두에                    기를 실었다.
            게 김승희 시인이 권하는 작품들이다.                                                                자료제공 교보문고








               지은이   김승희
               1952년 전남 광주에서 태어나 서강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한 뒤, 같은 대학 대학원에서 국어국문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1973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시 부문에 「그림 속의 물」이 당선된 후 『태양 미사』, 『왼손을 위한 협주곡』, 『미완성
               을 위한 연가』, 『달걀 속의 생』, 『어떻게 밖으로 나갈까』, 『세상에서 가장 무거운 싸움』 등의 시집을 출간했다. 산문집으
               로 『33세의 팡세』, 『사랑이라는 이름의 수선공』 등이 있고 옮긴 책으로는 『캣츠』가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에서 한
               국 문학을 강의하다 지금은 서강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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