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3 - 2021년 2월 라이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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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에도 등장하는 역사 깊은 채소
무에 대한 최초의 기록은 중국의 가장 오래된 역사서 <서경>
에서 찾을 수 있다. “만청으로 저를 담가 먹는다”는 기록이
나와 있는데, “무로 염장 채소를 만들어 먹는다”는 뜻이다.
<서경>이 지금으로부터 약 4000년 전에 있던 하나라 시대
에 쓰여졌으니 무의 역사가 얼마나 오래됐는지 알 수 있다.
<삼국지>의 배경인 1800년 전 촉나라의 재상 제갈공명은
전쟁 중 군장 속에 순무씨를 포함시켰다. 무는 기르기 쉽고
빨리 자라서 군대가 한 달 이상 한 곳에 주둔할 경우 군량
에 도움이 되었기 때문이다. 이처럼 중국에서도 재배 역사
가 오래된 채소 중 하나인 무의 원산지는 지중해 연안으로, 중국을 거쳐 무가 전래된 이후 우리나라에서는 지역별 특
실크로드를 통해 중국에 전래됐다고 알려져 있다. 성에 맞춰 무를 재배하기 시작했다. 지역에 따라 각기 다른
기원전 2000년에 세운 피라미드 비문에 ‘일꾼들에게 무를 환경에서 오랫동안 재배한 무는 자연스럽게 각 지역의 기
제공했다’는 기록이 있을 정도로 지중해에서는 오래전부터 후와 풍토에 잘 적응하며 조금씩 다른 특징을 가진 재래종
야생무를 재배해 먹었다. 지중해 연안과 중국을 중심으로 으로 개량됐다.
전 세계에 전파된 무가 우리나라에 들어온 것은 삼국시대 그래서인지 우리나라 무는 계절에 따라 재배지가 다르다.
또는 통일신라 시대 무렵으로 추정된다. 김치나 깍두기를 담가서 먹으면 풍미를 느낄 수 있는 봄 무
는 주로 전북 고창·부안과 충남 당진에서 재배하고, 상대
적으로 단맛이 덜하며 쓴맛이 강한 여름 무는 강원도 평
창·강릉 등 고랭지에서 재배한다.
무의 진정한 참맛을 느낄 수 있는 가을 무는 전남·강원도
등 전국 각지에서 모두 재배하며, 당분이 많고 조직이 단단
해 동치미로 많이 활용하는 겨울 무는 월동 무라고도 하며
제주도에서 재배한 것이 좋다.
이처럼 사계절 내내 각 지역에서 재배하며 주요 식재료로
사랑받는 무지만,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재배지가 줄어
값이 점점 오르며 몇 10년 뒤에는 더 이상 생산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도 있었다.
이에 농촌진흥청은 기후 변화에 잘 적응하고 더위와 병에
강한 품종의 무를 개발했다. 속이 빨간 무 품종으로 습한
여름에도 잘 자라고 뿌리 터짐이 없으며 단단하고 단맛 또
한 강하다고. 그러나 이 품종은 더위에 강하고 단단한 대
신, 수분이 많아 잘 쪼개지기 때문에 장마가 찾아오는 시기
에는 주의해야 한다고 한다. 출처 <뉴트리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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