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8 - 2025년4월 라이온지
P. 58
손바닥 위에 펼쳐지는 맛있는 접시, 푸성귀부터 전병까지
쌈은 무엇으로 싸는가
흔히 우리는 맛있는 요리를 먹을 때 “접시까지 먹는다”는 말을 한다. 쌈 재료는
여러 식재료를 하나로 모아줄 뿐 아니라, 먹을 수 있는 접시이기도 하다.
육지와 바다를 넘나드는 채소와 전병 등 각양각색 쌈 재료를 소개한다.
푸성귀 | 푸릇한 자연의 정기를 그대로 입안에 쏙 담아요
18세기 실학자 성호 이익은 <성호사설>에서 “소채 중에 잎이 큰 것은 모두 쌈을 싸서 먹었다”고 말했다. 커다
란 잎사귀만 있으면 무엇이든지 쌈으로 싸 먹는다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특히 사랑하는 대표 쌈채소 6가지를
골라 모았다.
고려 시대부터 사랑받아온 쌈채소의 왕도 상추
뻣뻣한 생채소를 꺼린다 해도 밥, 고기, 쌈장을 듬뿍 넣어 싼 상추쌈까지 거부하는 사람은 많지 않
다. 한반도에서 상추쌈의 역사는 상당히 오래되었다. 중국 수나라 때 고구려의 특산물인 상추씨를
가져갔다는 기록이 <해동역사물지>에 수록되어 있고, 원나라로 끌려간 고려 출신의 궁녀들이 상추
를 심어 밥을 싸 먹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져 내려온다. 상추는 조선 시대 궁중에서도 즐겼는데, 오늘
날의 강된장에 가까운 ‘된장조치’나 기름진 생선인 웅어를 고추장에 조린 ‘웅어강정’을 싸 먹었다.
상추는 특별히 맛이나 향이 강하지 않고, 어디에나 잘 어울려 가장 많이 사랑받는 쌈채소로 자리매
김했다. 영양소 또한 풍부한데 상추의 알칼로이드 성분이 신경 안정 작용을 돕고, 비타민과 무기질
이 풍부해 피로 해소에 좋다는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다. 또 수분과 식이섬유가 많아 배속까지 편
안해진다.
까끌한 식감과 독특한 향이 매력 만점 깻잎
코를 자극하는 독특한 향을 지닌 깻잎은 상추와 함께 쌈채소의 양대 산맥을 이룬다. 1952년에 나온
책 <우리나라 음식 만드는 법>에서는 여름에는 상치잎(상추)쌈을, 봄에는 깻잎쌈을 먹으라고 권한
다. 연한 깻잎을 끓는 물에 살짝 데친 뒤 차게 식히고, 다진 고기를 볶아 함께 먹었다. 하지만 요즘
에는 깻잎으로 쌈을 싸서 먹을 때 대개 생채소를 사용한다.
깻잎은 전유 성분(peril keton)이 들어 있어 독특한 향을 내는데, 고기 누린내와 생선 비린내를 없애주
고 입맛을 돋운다. 특히 생선회를 먹을 때 상추보다 깻잎을 함께 곁들이는 경우가 많은데, 깻잎의 전유
성분이 방부제 역할을 해주어 식중독 예방에 도움이 된다. 또 쇠고기에 없는 비타민 A와 C가 많이 함
유되어 쇠고기와 궁합이 좋다. 그 외에도 깻잎은 비타민 B1·B2, 칼륨, 칼슘, 철분 등이 풍부하다.
56 april 2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