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6 - 2025년4월 라이온지
P. 56
쌈을 먹으면서 “열 섬이요”, “백 섬이요”, “천 섬이요”라고
외치는 독특한 풍습이 있었다고 한다. 조선 후기 문인 김려
는 <상원리곡>에 “곰취에 쌈을 싸고 김으로도 쌈을 싸 온
집안 어른 아이 둘러앉아 함께 먹네. 세 쌈을 먹으면서 서
른 섬이라 부르니 올가을엔 작은 밭에도 풍년이 들겠지”라
며 이런 풍습을 생생하게 시로 읊었다.
원래 복쌈은 대체로 정월 대보름 아침에 오곡밥, 흰쌀밥,
조밥 등을 묵은 나물이나 곰취 등으로 싸 먹던 것이었는데,
김이 빠르게 퍼지면서 복쌈 하면 김쌈을 가리키는 것이 일
반화되었다. 사실 김쌈은 오늘날에도 전하는 의미가 큰데,
김쌈이 발전해 오늘날의 김밥이 탄생했다고 보는 시각이
있기 때문이다. 김밥이 일본에서 유래했다는 의견도 있지
만, 김을 식재료로 활용하기 시작한 시기가 우리나라는
1400년경인 반면 일본은 1800년경이라서 시기적으로도
우리가 훨씬 앞섰고, 실제로 오랫동안 김쌈을 먹어온 만큼
김밥 역시 우리가 먼저라고 추측하는 것이다.
복쌈은 정월 대보름에 즐기는 음식이었을 뿐 아니라 흉액
을 막기 위해 바치는 제물이기도 했다. 이 풍습은 지역별로
혹은 동네별로 조금씩 달랐는데, 어떤 지역에서는 부엌을
제외한 집 안 곳곳에 복쌈을 두었는가 하면, 어떤 지역에서
는 용왕에게 올리는 의례에 제물로 복쌈을 활용하기도 했
다. 제물로 바칠 때는 싸는 재료로 한지를 이용했으며, 조
금이라도 더 무겁게 만들기 위해 제물로 올린 나물과 과일
등을 모두 넣어 쌈을 최대한 꼭꼭 뭉쳤다. 용왕이 깊은 물
속에 산다고 믿은 만큼 물속에 던진 쌈이 떠오르지 않아야
길하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복쌈과 비슷한 의미를 지닌 또 다른 쌈 요리는 보만두(복만
두)다. 보만두는 하나의 만두 속에 엄지손톱만 한 작은 만
두가 여러 개 들어 있는 음식이다. 만드는 법은 1924년에
발간한 <조선무쌍신식요리제법>에서 자세하게 소개했는
데, 만두를 아주 작게 많이 만든 다음, 만두피에 작은 만두
여러 개를 올려서 복주머니처럼 빚어 찌거나 삶는다. 만두
이긴 하지만 넓은 의미에서 보면 쌈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 보만두는 일부 가정에서 섣달그믐날에 만들어 먹던 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