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4 - 2025년4월 라이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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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OD
푸짐하게 싸서 복스럽게 먹는 우리 고유의 식문화
쌈
크게 쌈을 싸서 먹는 모습만 봐도 복스럽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잎채소에 밥을 올리고 장을 얹어 싸 먹는 쌈은
산과 들에서 자란 채소의 맛과 영양을
그대로 즐길 수 있는 우리나라 특유의 음식이다.
쌈은 사시사철 먹을 수 있지만
특히 춘곤증으로 나른해지기 쉬운 봄철에
신선하고 다양한 채소를 통해
비타민과 무기질을 듬뿍 섭취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잎채소를 이용하는 우리의 쌈 문화 뿐 아니라 김, 미역, 다시마 같은 해조류에 육류, 생선까지
물기를 잔뜩 머금은 신선한 잎채소를 탈탈 털어 그 위에 밥 활용하는 등 종류가 아주 다양했다.
을 올리고 장을 얹어 오므린 다음 입을 크게 벌리고 넣으 그렇다면 우리는 왜 쌈을 싸 먹기 시작했을까? 가장 설득
면, 쌈이 입안을 꽉 채우는 느낌만으로 마치 삶이 풍족해진 력 있는 설은 보관 용기가 따로 없던 시절에 음식을 잠시
양 한껏 행복한 기분에 잠긴다. 세계에는 다양한 쌈 음식 보관하거나 갖고 이동하기에 편리하게끔 고안한 식품 보관
문화가 있지만, 우리나라의 쌈은 오래전부터 밥을 쌀 수 있 법 중 하나였다는 것이다. 밥을 뭉쳐 나뭇잎이나 종이에 싸
을 만큼 잎이 넓은 채소 위에 밥을 올리고 쌈장을 얹어 손 면 보관하거나 이동하기에 편리해 계속 이어가다 보니 쌈
으로 잘 모아 한입에 먹는 음식이었다. 잎채소와 밥의 만남 문화로 발전했다는 것. 일각에서는 식문화가 비슷한 한·
이 정석이지만, 싸는 재료나 그 위에 올리는 재료에 제한이 중·일을 비교한 결과 한국에만 쌈 문화가 있는 이유를 분
없어서 쌈의 변주는 다채로웠다. 상추, 깻잎, 배춧잎, 살짝 석했는데, 왼손에 밥그릇, 오른손에 젓가락을 들고 먹는
데친 어린 연잎 등 산과 들에서 자란 채소 중 잎이 넓은 것 일본이나 중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오른손에 숟가락을 쥐고
52 april 2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