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7 - 2025년4월 라이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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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인데, 저녁에 만둣국을 끓일 때 한 그릇에만 보만두를 넣
었고 이를 먹는 사람이 신년 복을 가져간다고 믿었다.
보쌈과 보쌈김치의 오묘하게 얽힌 인연
오늘날 많은 사람이 보쌈이라고 하면 윤기가 자르르 흐르
는 삶은 돼지고기를 떠올릴 테지만, 보쌈에는 약간 복잡한
사정이 있다. 보쌈이라는 단어는 보자기를 의미하는 보(褓)
와 쌈이 만나서 탄생했는데, 국어사전에서는 그 정의를 다
양하게 풀고 있다. 그중 음식과 관련한 것은 “삶아서 뼈를
발라낸 소·돼지 따위의 머리 고기를 보자기에 싼 다음 무
거운 것으로 눌러 단단하게 만든 뒤 썰어 먹는 음식”과 “삶
은 돼지고기를 썰어서 배춧속이나 김치 따위와 함께 먹는
음식”이라고 나온다. 단어에 보자기를 의미하는 한자가 쓰
인 점과 실제 조리 과정에서 보자기를 사용한다는 사실로
오늘날 보쌈은 삶은 돼지고기를 배춧속이나 김치와 함께 먹는다
미뤄봤을 때 원래 보쌈이라는 단어는 전자에 가깝다고 추
측할 수 있다.
그렇다면 삶은 돼지고기는 왜 보쌈이 된 걸까? 김장하는 였다. 조선일보 1924년 11월 6일 자에는 조선 말기 궁내부
날 보쌈김치와 함께 먹던 돼지고기 수육에 보쌈이라는 명 전선사 장선을 지낸 안순환이 보쌈김치에 대해 소개하는
칭이 그대로 붙었다는 설이 유력하다. 과거에 보쌈김치는 내용이 있는데, “보쌈김치는 대궐 안에서 시작한 것으로,
낙지, 전복, 새우, 굴, 밤, 잣, 대추, 미나리 등 산해진미를 귀한 재료가 많이 들어가고 시간도 오래 걸려 궁을 출입할
배춧잎 사이사이에 넣어서 아무나 먹을 수 없는 고급 요리 정도로 신분 높은 대신의 집이 아니고서는 만들지 못한다”
고 설명했다. 부유한 집안에서도 귀한 손님을 대접할 때만
포괄적으로 본다면 만두도 넓은 만두피에 소를 넣어 싸 먹는 쌈의 일종이다 상에 내놓았을 정도라고. 이토록 특별한 보쌈김치도 김장
철에 여느 김치와 함께 담갔다. 이때 김치를 워낙 다량으로
담가야 했던 만큼 양반집에서는 고생한 일꾼 혹은 동네 사
람을 위해 돼지를 한 마리 잡은 뒤 푹 삶아서 막 담근 김치
로 싸 먹을 수 있게끔 했는데, 이 문화가 섞여서 보쌈이라
는 음식이 탄생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보쌈김치라는 명칭 역시 1900년대 초반까지는 제대로 정
리한 자료가 없어서 보찜김치, 보싼김치, 쌈김치 등 다양
하게 부르다가 점차 쌈김치와 보쌈김치로 합쳐졌다. 하지
만 식품이나 언어 분야의 일부 학자는 보쌈이라는 단어가
주는 부정적 이미지 때문에 보쌈김치 대신 쌈김치나 보김
치로 부르자고 권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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