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8 - 2024년3월 라이온지
P. 58

루어진 것처럼 보이는 고기’로 정의하고 있다. 그러나 사람                  약으로 쓰고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들이 처음부터 삼겹살을 선호한 것은 아니다.                          20~30년 전만 해도 탄광에서 일하는 광부에게 돼지고기

            장사 수완 좋기로 소문난 개성 사람들이 삼겹살을 가장 맛                   는 필수 식품이었다. 하루 종일 시커먼 탄재가 가득한 탄광
            있는 살코기 부위로 둔갑시킨 것. 바로 살코기에 그냥 비곗                  에서 일을 마치고 돌아온 광부들은 비계가 적당히 붙어 있
            덩어리가 붙어 있도록 돼지를 키우지 않고, 비계 끝에 다시                  는 돼지고기를 먹어야만 비로소 깔깔해진 목이 부드럽게

            살이 생기고 그 살 끝에 다시 비계가 붙는 식으로 육질을                   풀렸기 때문이다. 일하는 동안 몸에 쌓인 오염 물질은 돼지
            개량한 것이다.                                          고기를 먹음으로써 밖으로 배출된다는 것이 당시 민간요법
            돼지고기는 삼겹살이나 갈매기살 등 일부 부위를 제외하고                    이었다. 그런데 최근 이 민간요법이 실제 효과가 있음이 과
            음식으로 개발한 부위가 많지 않았다. 쇠고기의 경우 ‘걸                   학적으로 밝혀졌다. 돼지고기가 중금속 배출에 효과가 있

            랑’, ‘곤자소니’, ‘두태쥐’, ‘도가니’, ‘수구레’, ‘멱미레’, ‘흘떼       다는 과학적 근거는 돼지고기 지방의 특성에 있다.
            기’ 등 수십 군데 부위가 국어사전에 등장한다. 이는 우리                  돼지고기의 포화지방산과 불포화지방산의 비율은 4:6으로

            조상들이 쇠고기는 귀하게 여겨 다양한 부위를 먹은 반면,                   불포화지방산 함량이 더 높다. 아라키돈산, 리놀산 같은
            돼지고기는 비계가 많이 붙어 있는 고기로 간주해 미각 문                   불포화지방산은 콜레스테롤 수치를 감소시켜 혈관을 깨끗
            화가 늦게 발달했기 때문이다.                                  하게 하는 효과가 탁월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돼지고기의
            하지만 <동의보감>에 의하면 돼지고기는 허약한 사람을                     지방은 고체에서 액체로 바뀌는 온도인 융점이 사람 체온

            살찌우게 하고, 음기를 보하여 성장기 어린이나 노인의 체                   보다 낮아 위장에서 녹아 흐르는 상태로 존재하며, 중금속
            력이 허약한 걸 예방하는 데 좋은 약이 된다고 했다. 아울                  흡착력이 뛰어나다. 따라서 돼지고기의 지방이 액체 상태
            러 내장, 발톱 등 돼지의 모든 부위를 사람의 병을 고치는                  로 장을 통과하면서 혈관 속에 있는 중금속을 흡착해 몸 밖



            56       march 2024
   53   54   55   56   57   58   59   60   61   62   6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