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3 - 2021년11월 라이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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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읽는 고사성어
臥薪嘗膽 臥 누울 와 薪 섶나무 신 嘗 맛볼 상 膽 쓸개 담
와신상담 섶나무 위에서 잠자고 쓸개를 핥는다. 즉, 어떤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온갖 고난을
참고 견디어 심신을 단련함을 비유하는 의미다.
춘추 시대 오(吳)나라 임금 합려(闔閭)와 월(越)나라 임금
구천(勾踐)은 라이벌인 동시에 철천지 원수지간이었다. 그
들의 싸움은 지금의 절강성에 있던 취리라는 곳에서 격돌한
것이 절정이었는데, 합려는 이때 적의 화살에 맞은 손가락
상처가 의외로 크게 악화되는 바람에 죽고 말았다. 왕위에
오른 부차는 아버지의 원수를 갚기 위해 이를 갈았다. 그는
‘섶나무를 깔아 놓고 그 위에서 잠을 잤으며 [臥薪(와신)] 자
기 방에 드나드는 신하들로 하여금 아버지의 유언을 한 번
씩 외치게 함으로써 자기 마음의 고삐를 항상 바짝 죄었다.
이 사실을 들은 월나라 구천은 코웃음을 치면서 선제공격을
결심했다. 구천이 선제공격을 서두르자, 참모인 범려가 말
렸다. 부차를 우습게 보는 구천은 주위의 만류도 듣지 않고
고집을 부려 출전했다.
그러나 결과는 구천의 생각과 정반대였다. 복수심에 불타는
오나라는 호랑이같이 사나워, 월나라는 참패를 면치 못했다.
월왕 구천은 땅을 치고 싶도록 후회가 되었다.
이때 범려가 오왕에게 항복하고 앞으로 신하로서 섬기겠
다고 약속하고 일단 이 국면을 벗어나자고 말했다. 월왕
구천이 백기를 들자, 강경론자인 오자서는 받아들이지 말 다. 그런 줄도 모르고 부차는 황지란 곳
것을 주장했다. 이때 월나라로부터 뇌물을 받은 백비가 에서 여러 제후들을 모아 놓고 자신이 패
반대 의견을 내놓았다. 오왕 부차는 결국 백비의 간언에 자(覇者)가 되는 의식을 거행하고 있었다. 그
따랐다. 항복한 구천으로부터 신하로서 섬기겠다는 약속 러니 국내의 오나라군이 월나라군에 제대로 맞
을 받아들이고 귀국을 허락하는 선처를 베풀었다. 이제는 서 싸울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오나라 속령(屬領)이 된 고국에 돌아온 구천은 곁에 항상 그로부터 장장 7년 동안 오나라와 월나라는 전쟁을 계
짐승 쓸개를 놓아두고 그 쓴맛을 핥으며 [嘗膽(상담)] 복 속했는데, 그 결과 초전의 승기를 끝까지 살린 월나라의 승
수의 칼을 갈았다. 리가 결정되었다. 부차는 월나라군이 수도인 고소로 육박
회계의 치욕적 항복이 있었던 날로부터 12년이 지나고 구 하자 하는 수 없이 나아가 무릎을 꿇었고, 이로써 오나라는
천은 드디어 군대를 이끌고 번개같이 오나라로 쳐들어갔 멸망하고 말았다. 출처 사자성어 모음집
november 2021 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