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7 - 2021년 1월 라이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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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하다는 착각』
능력주의는 모두에게 같은 기회를 제공하는가
세상은 이제 더 이상 능력주의를 완벽하게 실천할 수 없고, 그 속에 담긴 불편한 진실에 주목했다.
과도해진 능력주의로 인한 도덕 판단력 결여, 능력과 성과로 인해 생겨난 계급와 세습화.
점차 무자비하게 진화되어가는 능력주의 민낯을 마이클 샌델이 해체한다.
또 다시 ‘공정’이 화두다 수 있다’고 너무나도 당연히 생각해왔던, 개인의 능력을 우
능력있는 사람들에게 기회를 주는 사회. 우리는 그런 사회 선시하고 보상해주는 능력주의 이상이 근본적으로 크게 잘
를 계속 꿈꿔왔다. 노력해서 자신을 갈고 닦고, 그런 나에 못되어 있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능력주의가 제대로 공정
게 기회가 생기는 그런 사회. 하지만 저자는 능력주의 시대 하게 작동하고 있는지, ‘공정함=정의’란 공식은 정말 맞는
는 끝났다고 말한다. 언론 미디어를 통해, 부유층과 빈곤 건지 진지하게 되짚어본다.
층, 청년과 장년, 정치인의 입을 통해 끊임없이 쏟아져 나
온다. 기업은 정규직·비정규직 논란에서 비롯된 ‘공정 채 현대사회의 그림자를 들추다
용’ 문제로 혼란에 빠져 있고, 정치권에선 ‘공정경제3법’과 샌델은 이렇게 ‘파격적’ 제안을 하면서도 한 발 더 나아가,
‘재난지원금’ 등에 대한 각기 다른 해석으로 떠들썩하다. 이에 대한 반론(학업능력 저하, 다양성 확보, 동문우대 및
대통령은 “하나의 공정이 또 다른 불공정을 부르는 상황” 기부금 입학, 대학명예 실추 등)을 예상하고 나름의 대답까
을 언급하며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지 준비해놓는다. 독자들은 너무나도 당연히 생각했던 사
이렇듯 ‘공정’이라는 하나의 화두를 두고 각계각층이 충돌 안들이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훌훌 털어져 나가는 믿지 못
하고 있는 상황에서, 마이클 샌델 하버드대 교수가 《돈으 할 논리적 경험을 하게 된다.
로 살 수 없는 것들》 이후 8년 만에 쓴 신간 《공정하다는 직업과 현실적 삶에 대한 대안도 제시한다. 그는 사회적 기
착각》이 출간되었다. 이 책은 《The Tyranny of Merit: 여 측면에서 비교조차 할 수 없는 카지노왕과 고등학교 교
What’s Become of the Common Good?》란 원제로 미국 사 사이의 소득(보상) 격차 등을 예로 들며 ‘일의 존엄에 대
현지에서 2020년 9월에 출간되어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 해 다시 생각하고 논쟁하자’고 주장한다. 또한 ‘삶의 어떤
다. 직역하면 ‘능력주의의 폭정: 과연 무엇이 공동선을 만 영역은 운수가 좌우할 수 있다’는 걸 인정함으로써, 능력의
드나?’다. 샌델은 이 책을 통해 “우리가 ‘노력하면 성공할 오만을 혼내주자고 제안한다. 자료제공 교보문고
지은이 마이클 샌델
2010년 이후 한국에 ‘정의’ 열풍을 불러일으켰다. 27세에 최연소 하버드대 교수가 되었고, 29세에 자유주의 이론의 대
가인 존 롤스의 정의론을 비판한 《자유주의와 정의의 한계》를 발표하면서 세계적으로 명성을 얻었다. 1980년부터 하
버드대에서 정치철학을 가르치고 있으며, 그의 수업은 현재까지 수십 년 동안 학생들 사이에서 최고의 명강의로 손꼽
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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