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3 - 2021년 1월 라이온지
P. 53
<규합총서>에서 찾은 떡 이야기
“떡 없는 제사에 절만 한다.” “떡이 있어야 굿도 한다.” 떡
은 우리네 풍습에서 절대 빠질 수 없는 상징적 음식이다.
특히 고려시대에는 이전 통일신라의 사회 제도와 문화를
계승·발전시킴에 따라 불교가 더욱 번성했고, 그 영향으
로 상류층을 중심으로 육식을 멀리했다. 대신 차를 마시는
음다 (飮茶) 풍속이 유행하면서 떡과 과정류 (과자류)가 고
급화되기 시작했다. 또 권농정책으로 양곡의 생산이 크게
증가해 일반 백성들 사이에 곡류를 주원료로 한 음식이 발
전했고, 이에 따라 떡은 상류층과 일반 백성 모두에게 환
영받는 별식으로 자리 잡을 수 있었다. 게다가 몽골 같은 흰떡은 엽전을 상징하며 새해의 재복을 기원하는 의미가
외국 문화와 교류하면서 떡의 조리법이 더욱 다양해짐에 있다. 초삼일에는 승검초편·삼색주악·각색단자·산병을,
따라 특별한 의미를 부여한 제례 음식에서 모두가 즐기는 보름에는 약식과 원소병을 먹었다. 2월 중화절에는 농사철
절식 (節食)으로 발전해 나갔다. 의 시작을 기념하는 날로 노비들에게 나누어주는 나이 떡
조선시대 (1809년)에 편찬한 가정 대백과 전서인 <규합총 인 노비송편과 용떡을 만들었다.
서>의 ‘주식의’ 편에는 다양한 요리법을 소개했는데, 그중 강남 갔던 제비가 온다는 3월 삼짇날에는 쑥송편, 쑥버무
에 떡도 포함되어 있다. 28종의 떡이 기록되어 있으며 조 리, 청절편을 만들어 먹었으며 특히 부녀자들은 두견화
리 형태에 따라 찌는 떡, 치는 떡, 빚는 떡, 지지는 떡, 삶 전 (진달래 화전)을 지지며 화전놀이를 했다. 설·단오·추
은 떡, 발효 떡 등으로 분류했다. 석과 함께 4대 명절로 일컫는 4월 한식과 5월 단오에는 쑥
찌는 떡은 모두 15가지로 백설기, 증편, 두텁떡, 송편 등이 떡, 쑥단자, 쑥편, 쑥절편, 수리취절편 등 쑥으로 만든 떡
있다. 치는 떡에는 인절미, 삶는 떡으로는 원소병, 지지는 을 주로 해 먹었다. 1년 중 단옷날이 쑥의 효능이 가장 뛰
떡은 화전이 대표적이다. 어난 때이기 때문.
조선 전기에는 떡의 주재료로 멥쌀보다 찹쌀을 더 많이 사 “동으로 흐르는 물에 머리를 감는다”는 6월 유두에는 상화
용했지만 조선 후기에 들어서면서 멥쌀을 더 많이 썼고, 병·밀전병·색비름화전·수각·경단을 만들어 풍년을 기
약재 가루를 포함한 다양한 재료를 부재료로 사용해 떡을 원했으며, 7월 삼복에는 통깨동부인절미·콩떡을·칠석에
만드는 경우가 많아졌다. 는 밀전병·밀개떡 등을 먹었다. 8월 한가위에는 깨찰떡·
떡수단·송편·인절미, 9월 중양절에는 감국화전, 집안의
우리 떡에는 테마가 있다 안녕을 위하여 가신 (家神)들에게 의례를 올리는 10월 상달
떡은 제철 식재료를 이용해 고명을 만들면서 종류가 더욱 고사 때는 무시루떡·백설기·콩인절미·붉은팥시루떡을
풍성해졌다고 할 수 있다. 우리 조상들은 절기마다 의미를 상에 올렸다.
담은 특별한 떡을 만들어 먹었다. 1년 중 밤이 가장 길고 낮이 가장 짧은 날인 동지에는 팥죽
음력 1월 정월 초하루에는 가래떡, 인절미, 절편을 먹었는 과 함께 골무떡, 호박떡을 해먹었으며, 12월에는 섣달 그
데 특히 새해가 시작되는 날은 엄숙하고 정갈해야 하므로 믐날 시루떡과 정화수를 떠놓고 고사를 지내거나 골무떡을
깨끗한 흰 떡으로 끓인 떡국을 먹었다. 동글동글하게 썬 빚어 나눠 먹기도 했다. 출처 <뉴트리앤>
january 2021 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