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1 - 2020년 6월 라이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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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 김형석
철학자, 수필가, 연세대학교 명예교수. 1920년 평안북도 운산에서 태어나 평안남도 대동군 송산리에서 자랐다. 평양 숭실중
학교를 거쳐 제3공립중학교를 졸업했으며, 일본 조치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했다. 31년간 연세대학교 철학과 교수로 봉직하
며 한국 철학계의 기초를 다지고 후학을 양성했다. 1985년 퇴직한 뒤 만 100세를 맞이하는 지금까지 줄곧 강연과 저술활동
을 통해 사회에 봉사하고 있다.
달 되는 아들을 업은 아내와 함께 갈대밭을 지나 인생의 산전수전에 대해 풀어놓으면서도 그의 글
고 바다를 건너 감행한 탈북, 전두환 정권 시절 최 이 과장 없이 유달리 잔잔한 것은 이 모든 시간을
루탄 연기가 자욱한 가운데 가졌던 눈물의 고별강 거쳐오며 올곧게 세운 그만의 철학 때문이었을 것
연 등 오직 김형석 교수만이 들려줄 수 있는 한 세 이다.
기의 세월이 묻은 이야기가 담겨 있다.
사람들 : 그리움, 사랑, 고마움
삶의 철학 그는 글로 사람을 그리워한다. 사랑을 고백하고,
100세의 연륜 덕분일까, 일상의 사소한 사건들에 수없이 감사를 표현한다. 이전 독자에게도 널리
서 이어간 사색의 열매들이 옹글다. 소장하던 골 알려진 바 있는 철학계 3총사와 인촌 김성수와의
동품 도자기를 바라보며 “인생은 과거를 기념하기 인연 그리고 안창호 선생과 윤동주와의 만남뿐만
위한 골동품이 아니다. 항상 새로운 출발이어야 아니라 지금 그가 그리워하고 사랑하는 사람들의
한다”(59쪽)라고 다짐하기도 하고, 제자가 기어코 이야기도 함께 담았다. 30년 동안 머리를 다듬어
건넨 용돈을 보고는 “인생은 세뱃돈으로 시작했다 준 이발사 아저씨, 오래전 홈스테이로 수년간 함
가 용돈으로 마무리되는 것 같다. 세뱃돈은 즐거 께 지낸 독일 교환학생 연이, 신년마다 세배를 드
움의 시작이었으나 용돈은 인생을 마무리하는 절 리면 값진 충고를 아끼지 않았던 선배들과 인간미
차인지 모른다”(153쪽)라고 요약하기도 한다. 떨 가 풍부하고 정이 통했던 양주동 선생 등 그가 만
어진 잎사귀에서 노년의 의무를 발견하기도 한다. 난 이들에 대한 그리움과 사랑, 고마움의 감정이
“싹이 피기 위해서는 자리를 양보해야 하고, 낙엽 곳곳에 묻어난 글들을 엮었다. 그는 여전히 자신
이 되어서는 다른 나무들과 숲을 자라게 하는 비 의 존재 자체가 사랑이 있는 삶의 한 부분이라며
료가 돼야 한다. 모든 인생과 나도 그래야 하듯 여러분에게 감사의 표현을 아끼지 않는다.
이…”(167쪽). “지금의 나이가 되어 깨닫는 바가 있다. 내가 나를
특히 3부 ‘사랑은 언제나 아름다운 마음으로 남는 위해서 한 일은 아무것도 남기지 못했다. 지난 99
다’에는 그의 지혜가 깃든 삶의 철학을 엿볼 수 있 년을 이웃들의 도움과 사랑으로 살아왔는데 한 책
는 글을 담았다. 어릴 때부터 유달리 약했던 몸과 임을 잘 감당했다고 해서 고마운 마음과 뜻을 전
피할 수 없었던 가난 그리고 아내의 오랜 와병 등 해온다.” 자료제공 교보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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