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5 - 2024년4월 라이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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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연 만능 조미료, 조개
국에 넣으면 국물 맛이 시원하고, 양념장과 함께 밥에 얹어
비비면 눈 깜짝할 새 밥 두 공기는 거뜬히 비우는 밥도둑,
바로 조개다. 바야흐로 조개의 계절이 돌아왔다. 바다의
영양을 한껏 머금고 제대로 물오른 여러 가지 조개의 등장
에 몸집 큰 생선도, 팔딱거리는 새우도 별수 없다. 지금은
누가 뭐래도 조개 대잔치다. 이 시기만 되면 제철 조개를
이용해 시원한 국물 요리부터 해물찜, 해물파전 등 다양한
메뉴를 만날 수 있다.
조개는 한식뿐 아니라 지중해 요리, 중화요리, 동남아시
아 요리 등 특색 있는 나라의 음식을 조리할 때도 곧잘 활
용한다. 볶음이면 볶음, 찜이면 찜, 국이면 국, 이처럼 다
양하게 조개를 활용하는 이유는 조개에서 우러나오는 단 다. 크기는 작아도 국물 맛이 시원하고 쫄깃한 밀면과 잘
맛과 감칠맛 그리고 해산물 특유의 시원한 맛이 일품이기 어울려 주로 칼국수 끓일 때 사용한다. 재첩 또한 빼놓을
때문이다. 조개는 단맛을 내는 성분으로 잘 알려진 글리 수 없다. 경상도 하동에서는 재첩을 한가득 넣고 부추와
신, 감칠맛을 내는 글루타민산나트륨, 시원한 맛의 비결 알싸한 고추 몇 개 송송 썰어 넣은 후 소금으로 간해 색이
인 호박산을 골고루 함유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특히 글 맑고 맛이 깔끔한 재첩국을 끓여 먹는다. 재첩 본연의 시
루타민산나트륨이 풍부한데 이 성분은 이노신산과 만나면 원한 맛을 즐기기 위해 별다른 양념을 가미하지 않는 게
감칠맛이 7배, 구아닐산과 만나면 30배나 높아지는 폭발 요리의 핵심이다. 재첩은 우리나라 대부분의 강에서 서식
적 상승 효과를 낼 수 있다. 이 말인즉슨 조개를 다른 식 해 쉽게 구해 먹을 수 있는 친숙한 식재료였으나, 산업화
재료와 잘 조합하면 그 자체만으로도 아주 맛있는 요리가 에 따른 환경 변화로 유감스럽지만 이제 재첩을 생산하는
된다는 것이다. 사실 건표고버섯, 가쓰오부시, 다시마 등 곳이 많지 않다고 한다.
조개만큼 감칠맛을 내는 식재료는 여러 가지 있다. 그럼 재첩과 마찬가지로 어획량이 줄고 있다는 안타까운 소식을
에도 사람들이 봄 조개를 찾는 이유는 바로 시원한 바다의 전한 조개가 또 있다. 대합은 수질이 나쁘면 깨끗한 곳으로
향, 그리고 어떤 재료도 대체할 수 없는 부드럽고 쫄깃한 옮겨가는 습성이 있어 수질오염이 심각한 지역에서는 어획
식감 때문이다. 량이 현저히 줄었다. 대합은 조개 중에서도 감칠맛이 뛰어
나 오직 대합만을 이용해 요리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나라
향긋한 바다의 향을 머금은 조개 에서는 주로 찜, 탕, 구이 요리로 대합을 즐긴다. 대합 맛
조개는 다른 수산물과 달리 비린내가 강하지 않아 요리할 이 훌륭하다는 사실은 오래전부터 서양에서도 잘 알려져
때 생강술 또는 화이트 와인을 조금만 넣고 끓이면 음식 서양식 대합 요리 또한 많다. 조개수프인 클램차우더가 대
의 풍미를 해치는 냄새는 알코올과 함께 날아가고, 다른 표적 예다. 우리나라에서는 크림을 넣어 끓인 뉴잉글랜드
식재료와 잘 어우러지는 깊은 감칠맛과 쫄깃한 식감만 남 조리 방식의 클램차우더가 일반적이지만, 토마토를 넣거
는다. 나 감자와 양파 등 채소로 국물을 우려 깔끔한 국물 맛을
유독 식감 좋기로 유명한 봄철 대표 조개로는 바지락이 있 즐기기도 한다. 프랑스식 해물 전골인 부야베스에도 대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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