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3 - 2023년4월 라이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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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조사에 빠지지 않는 중요한 식재료
국내에 서식하는 고사리는 약 450여 종이며, 이 가운데 10
여 종 정도가 식용으로 분류됩니다. 고사리는 잎이 땅 위로
올라와서 완전히 만개되기 전에 수확하는데, 보통 4~5월
경이 제철이에요. 잎이 땅 위로 돋아난 뒤 5~7일경이 지나
면 잎줄기 길이가 15cm 내외가 되는데, 이때 수확하는 것
이 가장 상품성이 좋습니다. 잎줄기가 15cm 이상 되면 잎
이 펴지고 잎줄기가 딱딱해져 상품성이 떨어진답니다.
예로부터 고사리는 중요한 날 꼭 사용하는 식재료 중 하나
였습니다. 제사 때 빼놓지 말고 올려야 할 기본 음식 가운 로틴, 비타민 B₂, 비타민 C, 다당류 성분도 다량 함유해 면
데 하나가 바로 고사리나물이죠. 동네 잔칫날, 비빔밥이나 역력을 높여주며, 칼슘과 칼륨 등 뿌리 부위에 풍부한 무기
육개장 등 여럿이 어울려 먹는 음식을 만들 때도 고사리는 물질은 골다공증과 고지혈증을 예방하는 데 뛰어난 효능이
꼭 필요했습니다. 있습니다.
그런데 차례상이나 제사상에 고사리나물이 빠지지 않고 올 <동의보감>에 “고사리는 성질이 차고 활(滑)하며 맛이 달
라가는 이유를 혹시 아시나요? ‘고사리(高事理)’는 높은 이 다. 삶아서 먹으면 맛이 아주 좋다”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치가 담긴 일을 한다는 뜻으로, 하늘로 기(氣)가 솟아오르 또 <본초강목>에는 “고사리가 오장의 부족한 것을 보충해
는 형상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손의 모양과 흡사하 주며 독기를 풀어준다”고 쓰여 있죠. 고사리는 음기를 보
죠. 우리가 어린아이의 손을 가리켜 ‘고사리손’ 같다고 하 강해주는 산나물로, 피를 깨끗하게 하고 머리를 맑게 하는
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랍니다. <본초강목>에서 “고사리는 특성이 있어 공부하는 학생에게 아주 유용한 음식입니다.
음력 2~3월에 싹이 나면 어린이의 주먹 모양과 같은데, 펴 또 황달, 치질, 감기 치료는 물론 오장의 부족한 기운을 보
지면 봉황새의 꼬리와 같다”고 표현한 기록을 봐도 그렇 강해주기 때문에 체질이 마른 사람의 고혈압 치료에도 유
죠. 손은 일의 시작을 의미합니다. 즉, 고사리는 자손들이 용하게 쓰는 약재죠. 하지만 고사리는 찬 성질이 있어 양기
하는 일이 하늘로 높이 번성하길 바라는 뜻을 담고 있는 것 가 부족하거나 본래 몸이 찬 사람이 장기간 먹는 것은 좋지
입니다. 않다고 합니다.
아 참, 그리고 많은 분이 오해하는 부분이 있어 이 자리를
산에서 나는 쇠고기, 단백질과 무기질 풍부 빌려 해명을 좀 하려고 합니다. 고사리에는 브라켄톡신이
삶아서 국에 넣거나 나물로 즐겨 먹는 고사리는 작고 연약 라는 발암물질과 비타민 B₁을 파괴하는 아노이리나아제
해 보이지만, 생명력이 아주 강합니다. 산불이 나 폐허가 라는 성분이 들어 있다는 보고가 있는데, 이는 매우 많은
된 땅에서 가장 먼저 나오는 식물이 바로 고사리거든요. 양을 장기간 복용할 경우에만 문제가 됩니다. 우리가 평
뭐, 고생대부터 오늘날까지 몇억 년을 지구 상에서 살아남 소에 고사리를 즐겨 먹는 정도로는 결코 문제가 되지 않아
은 것만 봐도 고사리의 생명력이 얼마나 강한지 짐작하시 요. 또 고사리를 삶아서 먹으면 이러한 성분이 없어지기
겠죠? 때문에 인체에 해로운 영향을 끼치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이렇게 강한 생명력을 가진 고사리는 ‘산에서 나는 쇠고기’ 그런 걱정은 하지 마시고, 영양이 풍부한 고사리를 맛있
로 불립니다. 그만큼 단백질이 풍부하다는 말이죠. 또 카 게 즐기세요. 출처 <뉴트리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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