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7 - 2024년10월 라이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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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에서는 버섯이 처음 나올 때 순백색과 자태가 갓 목욕
                                                              을 마친 요정을 연상케 한다고 해 ‘숲속의 요정’이라고 하

                                                              며, 버섯의 담백하고 독특한 맛이 어떤 식품도 따를 수 없
                                                              고 고기 이상의 영양가를 함유하기에 ‘신이 준 고기’라는 별
                                                              명이 붙기도 했다.

                                                              버섯이 얼마나 영양가 많은 식품이기에 이런 별명이 붙었
                                                              을까? 버섯은 식이섬유가 풍부해 과식을 억제하므로 뛰어
                                                              난 고단백 저칼로리 식품으로 알려져 있다. 전체 영양 성분

                                                              중 40%나 들어 있는 식이섬유는 장내 유해물, 노폐물, 발
            균 중에 제일은 버섯                                       암물질 배설을 돕고 혈액을 깨끗하게 한다. 또 버섯에 함유
            버섯은 식물처럼 보이지만 곰팡이와 함께 균류에 속한다.                    된 에르고스테롤은 자외선에 의해 비타민D로 바뀌어 장내
            균류는 생태계에서 분해자 역할을 담당하는 무리로, 생태계                   칼슘 흡수를 돕는다. 그뿐만 아니라 버섯은 면역 기능을 높

            의 평형을 유지해주는 생물이다. 대개 식물은 광합성 작용                   이는 효능도 있어 감염이나 암을 예방한다. 그리고 생리 활
            을 해서 스스로 영양분을 만들지만, 균류인 버섯은 뿌리가                   성 물질이 함유돼 건강을 증진·유지하는 데 이롭다.
            없기에 영양분을 만들지 못한다. 그래서 보통 나무껍질, 낙                  이러한 버섯이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기록된 것은 선덕여왕

            엽, 나무 밑동, 동물 사체 등 죽어가는 생물에서 자라며 영                 3년(704년) 때다. <삼국사기>에는 금지(영지버섯)를 진상
            양분을 얻는다. 이렇게 영양분을 얻는 과정에서 생물의 사                   물로 왕에게 올렸다는 내용이 있으며, 조선 시대 <동의보
            체를 아주 작은 조각으로 분해하고, 점점 더 썩게 하며, 흙                 감>에는 목이·송이·표고·느타리 등 버섯 종류, 특징, 약용

            을 기름지게 만드는 것이다. 이를 통해 생태계를 원래 상태                  법 등이 상세하게 기록돼 있다. 이러한 기록만 봐도 우리가
            로 되돌려놓기 때문에 버섯을 ‘환원자’라고 부르기도 한다.                  아주 오래전부터 버섯을 많이 이용해왔음을 알 수 있다.
            인류가 균류인 버섯을 식용으로 즐기게 된 것은 버섯의 풍

            부한 향과 맛 덕분이다. 향의 성분은 레티오닌·계피산 메틸                  옛날부터 전해 내려온 흥미로운 버섯 이야기
            등이며, 맛 성분은 글루타민·글루탐산·알라닌 등 아미노산                   버섯이 역사가 깊은 만큼 세계 여러 나라에는 버섯에 관한
            으로 이들은 요리에 감칠맛과 깊은 맛을 내는 역할을 한다.                  재밌는 얘기가 많다. 일본에는 버섯을 신으로 여기고 숭배
                                                              하는 신사가 있다. 630년경 시가현 구사쓰 지방에 큰 기근

            별명 부자? 영양 부자!                                     이 든 적이 있었다. 먹을 것이 부족해 많은 사람이 굶어 죽
            버섯은 자연의 청소부, 숲속의 요정, 대지의 음식, 신이 준                 어가는 상황이었는데 근처 사찰의 숲에 그물버섯류가 대량

            고기 등 여러 별명이 있다. 그만큼 버섯이 다양한 기능과                   생겨났고, 사람들은 이 버섯을 먹고 살아났다고 한다. 그
            역할을 하고 있다는 증거다. 버섯을 ‘자연의 청소부’라고                   리고 이곳을 신이 자기들의 목숨을 건져준 곳이라 믿고 성
            하는 이유는 생태계에서 분해자의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지로 여겼다.
            유기물을 이산화탄소와 물로 환원해 자연의 원소로 돌려놓                    그 후 사람들은 그 사찰을 ‘균신사’라 부르고, 이곳에서 나

            는 것. 만약 버섯과 같은 분해자가 없어서 동식물의 사체가                  는 버섯을 신으로 모시며 숭배하기 시작했다. 지금도 해마
            썩지 못한다면 세상은 사체와 쓰레기 더미로 쌓여서 생물                    다 화톳불을 피우고 신에게 제사 지내는 춤과 노래로 버섯
            이 살 수 없는 환경이 될 것이다.                               을 추모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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