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0 - 2020년 5월 라이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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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견과 육식’의 영향이라고 보고 있다. 이전까지는 수렵과                   에 박차를 가했다.
            채집 생활을 하며 다른 동물이 먹고 남긴 동물의 사체를 먹                    그 성과로 식량은 크게 늘었고 더 이상 식량 때문에 목숨

            는 것이 고작이었지만, 불을 발견하고 고기를 익혀 먹기 시                  을 잃는 일은 없을 줄 알았다. 가축장에서 사육하는 동물과
            작하면서 많은 것이 달라졌다는 것이다. 이는 단순히 단백                   그 동물을 지배하는 사람을 삽시간에 맥없이 쓰러뜨리는
            질 섭취량이 늘고 소화가 쉬워진 문제 정도가 아니다. 날고                  균과 바이러스가 ‘전염병’이라는 모습으로 존재감을 드러

            기에 기생하는 미생물 중에는 치명적 병원균도 있었을 텐                    내기 전까지는. 인류 역사상 최악의 전염병으로 회자되는
            데, 고기를 불에 익혀 먹음으로써 병원균에 감염될 확률이                   몇몇 병이 있다.
            현저히 낮아진 것이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이다. 안전한 동물                    천연두, 홍역, 결핵, 인플루엔자, 말라리아, 콜레라 등이
            성 단백질 섭취는 인구 증가와 인간 뇌의 진화에 지대한 영                  대표적인데 이 전염병들은 도시와 대륙을 이동하며 유행했

            향을 미쳤다.                                           고 엄청난 수의 사망자를 발생시켰다.
                                                                그래서 근대 사람들의 주요 사망 원인은 노화, 사고, 전
             2단계  변화한 식문화와 질병                                 쟁이 아닌 바로 전염병이었다. 흥미로운 사실은 이 전염병

            똑똑한 뇌를 지니게 된 인류가 생존하기 위해 해결해야 했                   들이 인류 사회에 대규모 질병으로 확실한 존재감을 드러
            던 가장 시급한 문제는 의식주였다. 풍부한 식량 자원을                    낸 것은 매우 최근의 일로, 앞서 말한 농업·목축업·낙농
            지속적이고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식량 생산 방법을                    업·양식 어업의 대량생산과 함께 생겨난 재앙이라는 것이

            끊임없이 강구했는데 그 결과 발달한 것이 농업, 목축업,                   다. 즉 대량생산 방식이 전염병 발병의 중요한 두 가지 원
            낙농업, 양식 어업이다. 각각의 분야는 더 많은 식량을 생                  인을 충족하기 때문인데 하나는 ‘밀집 생활’이고, 다른 하
            산하기 위해 품종을 개량하고 밀집 사육을 통해 대량생산                    나는 사람과 동물이 ‘가까이에서 생활’한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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