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7 - 2019년 2월 라이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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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의 후예가 이어지기를 바라며
영원을 갈망했는지도 모른다. 삶
과 죽음이 없는 돌을 만지고 그
돌을 다듬어서 그들의 영적 허
함을 채우며 또 건축하며 일군
흔적이 감탄이었다.
1 2
그러나 그들은 늘 하늘에서 존
1 잉카의 석벽 기술을 또 엿볼 수 있는 삭사이와만 요새 앞 광장. 2 신비하고 절묘하게 쌓은 석벽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재를 자랑하는 태양만을 바라보
고 있었다. 태양을 유일신으로 모시고 의존해서 삶을 이었다. 돌 서 이곳에 뿌리내린 마지막 잉카인들의 영혼과 정신이 어떤 자연
에 건 염원이 태양으로 승천하는 느낌이었다. 태양신 전이 돌을 보다 많이 돋보였다.
도구로 모셔지고 이를 신성시했다. 머리를 그 돌 태양 신전에 대
면 사람도 태양의 힘을 훔친 듯한 흔적들이 이를 말해주고 있었 하늘은 인간을 다스리는 자연의 신(神)
다. 보이지 않는 걸 변하지 않는 돌에 건 그들의 정신에 우선 감탄 나이가 들어서 가는 칠순 여행에 무슨 흥이 날까 여겼지만, 이곳
하며 오늘날 우리가 본 마추픽추(늙은 산)와 와이나픽추(젊은 산) 만은 달랐다. 비행시간이 길어서 기내 잠을 원도 없이 자고 다시
의 깊고 깊은 정글 속에 여행으로나마 가 볼 수 있어서 무엇보다 맞은 아침을 고산지역에서 헤맨 걸 생각하니 아찔하다. 그러나 이
진한 감동이 일었다. 지루함은 가보지 않고 생각만 하는 사람의 허구일 뿐이다. 인천에
산은 산이지만 사람이 살았던 흔적이 돌이라서 영원히 전해지 서 멕시코시티로, 이어서 페루의 리마로 장장 약 스무 시간을 비
고 온 세계 사람이 보고 자랑할 잉카인들의 유물이 되고 유적이 행하고 또 버스로 3시간 열차로 2시간을 간 페루 남부 쿠스코시
되었다. 철기를 사용하지 않고도 물과 돌칼로 자르고 이어서 만든 의 북서쪽 우루밤바 계곡은 잉카유적을 찾아 나선 우선 지역이
돌 건축은 신전을 만들고 집을 만들고 밭을 만들었으며 온갖 식 되었다. 이런 돌 문화의 진수를 보기 위함이 또 잉카인들이 태양
물을 가꾸고 살았다. 물길과 같은 삶의 형태도 돌로 만들어서 농 신전에서 본 하늘처럼 새삼스레 들여다 볼 좋은 기회였다고 자위
촌과 도시를 한눈에 보도록 부각하게 시켰다. 하늘만이 볼 수 있 가 되었다.
는 통틀어 공중 도시를 형성하고 사람이라는 영혼을 신전을 지어 진정 하늘은 우리 인간을 다스리는 자연의 신이었다. 마추픽추
서 하늘과 내통하며 동류 인간을 지혜롭게 다스린 잉카제국은 일 를 걸어 다니는 중에 금방 쏟아지던 비를 맞게 했으며 또 얼마지
반인보다 귀족층을 엄히 다루었다고 한다. 스페인의 침략을 피해 않아서 활짝 갠 하늘에서 쏟아진 햇볕을 직접 쬐며 순간순간 구
름이 우후죽순처럼 난무하는 신출귀몰한 산 정경을 산의 얼굴처
럼 역력하게 보였다. 골짜기와 산허리를 채우는 구름의 신비는 어
느 책 속의 이야기가 아닌 실물이 되었다.
우리가 우주에 살고 외계에서 온 외계인은 아닌지 착각할 만큼
하늘과 땅이 맞붙어서 더없이 하늘이 가까웠고 더구나 와이나픽
추는 더 웅장하고 아름다웠다. 이 마추픽추는 1983년 12월에
UNESCO “세계문화유산”에 등록되고 “신세계 7대 불가사의”에
2007년 7월에 선정되었다.
아마존강 입구 마을에 세워진 마추픽추의 인증 표지판. 글 김임선 (수필가 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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