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8 - 2025년3월 라이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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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재로 인정받은 밥상 위의 보약                                 을 멎게 하고 가래를 삭이는 효과가 있는 데다 기관지 점막
            더덕에 얽힌 백두산 구전 설화가 있다. 장백산 아래에 자리                  을 튼튼하게 하는 데 도움을 주기 때문에 기관지염이나 천

            한 어느 집에서 아름답고 맘씨 고운 며느리를 들였는데, 어                  식이 있는 경우 자주 섭취하면 좋은 성분이기도 하다.
            느 날 며느리가 몸이 약해지면서 기침을 하기 시작하더니                    이뿐만 아니라 더덕은 항산화 성분인 플라보노이드와 이눌
            좀처럼 낫질 않았다. 걱정하던 시어머니는 남몰래 새벽마                    린, 타닌 등이 풍부해 혈당 조절을 돕고, 몸속 염증 치료에

            다 기도를 올렸는데, 하루는 하늘에서 신선이 나타나 특이                   도움을 주며 항암 효과가 있다. 또 식이섬유가 풍부하기 때
            한 향기를 풍기고 흰 즙이 나오는 더덕이라는 풀을 장에 무                  문에 위장 건강에 좋고 변비 예방에도 도움을 준다.
            쳐 먹이라고 일렀다. 시어머니가 그날 새벽에 바로 더덕을

            따다 간장에 재워 먹였더니, 며칠 지나자 며느리가 기침이                   좌의정 벼슬을 가져다준 더덕 요리
            멎고 몸이 회복되었다는 훈훈한 이야기다.                            뛰어난 영양 성분 때문에 약재로도 많이 사용했지만, 맛
            어디까지나 설화 속 이야기이지만, 실제로 더덕은 모래밭                    있고 귀한 식재료이기도 했다. 더덕은 도라지보다 연하고
            의 인삼인 사삼이라 불리며 약재로 사용해왔다. 우리 조상                   향이 좋으며, 쌉쌀하면서도 은은한 맛이 일품이다. 씹는

            은 마른기침이나 각혈 또는 목소리가 쉬고 가래가 말라 끈                   맛이 고기 못지않게 부드럽고 쫄깃해, 특히 불살생의 계
            적거리며 잘 나오지 않을 때 으레 더덕을 찾곤 했다. <동의                 율에 따라 육식을 멀리하는 사찰에서 ‘산에서 나는 고기’
            보감>에서는 더덕이 폐 기능을 돕고 가래를 없앤다고 했으                   라 부르며 즐겨 찾았다. 사찰의 공양(供養) 식단을 살펴보

            며, <조선왕조실록>에는 골초이던 정조가 마시는 탕약에                    면 더덕김치, 더덕회, 더덕절임 등 수많은 더덕 요리를 찾
            더덕을 넣어 끓였다고 전해 내려온다.                              아볼 수 있다.
            더덕이 인삼과 자주 비견되는 이유는 겉보기에 생김새가                     우리 민족이 더덕 요리를 먹기 시작한 역사는 고려 시대까

            비슷하기도 하지만, 바로 더덕 뿌리에 풍부하게 들어 있는                   지 거슬러 올라간다. <해동역사>에 따르면 고려 시대에 이
            사포닌 때문이다. 사포닌은 해독 작용과 함께 신진대사를                    미 더덕을 나물로 먹었다는 기록이 있다.
            활발하게 해 기운이 나게 하는 강장 효과가 있다. 또 기침                  그런가 하면 조선 시대 광해군 때 한효순은 더덕 요리로 정

                                                              승 자리를 얻었다는 뜻에서 ‘사삼각로(沙蔘閣老)’라고 불렸
                                                              다. 더덕 정승이라는 뜻이다. 대체 얼마나 맛있었기에 더
                                                              덕 요리가 한 나라의 가장 높은 직책인 정승 벼슬까지 얻을
                                                              수 있는 뇌물이 되었을까? <광해군일기>에 따르면 ‘더덕을

                                                              넣은 밀병(蜜餠)’이라고 나오는데, 꿀 밀(蜜) 자에 떡 병(餠)
                                                              자를 사용한 것으로 보아 더덕을 찹쌀가루에 묻힌 후 기름

                                                              에 지져 꿀에 버무린 강정과 비슷한 요리로 추정한다. 광해
                                                              군은 이 음식을 무척 즐겼고, 이를 만들어 바치는 한효순은
                                                              임금의 총애를 듬뿍 받으며 좌의정 자리에까지 올랐다.
                                                              이렇듯 약재로, 식재료로 두루 사랑받는 더덕은 전국 각지

                                                              에서 재배하는데, 그중 강원도 횡성군에서 재배한 더덕이
                                                              특히 유명하다. 횡성 더덕은 예로부터 일교차가 뚜렷한 해
                                                              발 400m 이상의 고지대에서 재배해 향과 맛이 독특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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