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8 - 2025년2월 라이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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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갯벌 위에 펼쳐진 푸른 감태 담요는                          발견되는 감태에 대한 기록으로 미루어 보아 우리 조상이

                         한정된 장소에서                             오랫동안 감태를 먹어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조선을 방문한 외국 사신에게 접대하고, 혜경궁 홍씨
                 그것도 겨울 한 철에만 볼 수 있다”
                                                              의 회갑연에도 감태를 올리는 등 귀한 식재료로 여겨졌다.
                                                              <원행을묘정리의궤>에 따르면, 1795년 혜경궁 홍씨의 회

                                                              갑연에 ‘감태산삼’을 포함한 ‘오색산삼’을 올렸다고 한다.
                                                              감태산삼은 감태를 말려 만든 가루에 찹쌀가루와 끓는 물
                                                              을 넣어 산삼 모양으로 빚은 뒤 튀겨 꿀과 잣가루 고물을

                                                              뿌린 귀한 요리다. 또 1827~1828년 진연(進宴)에 감태산
                                                              삼을 올렸다는 기록도 찾아볼 수 있다.
                                                              400여 년이 지난 지금도 감태는 고급 식재료다. 다른 해조
                                                              류와 달리 나무 발 등에는 포자가 붙지 않고, 갯벌에만 포

                                                              자를 내린다. 또 갯벌 중에서도 깨끗한 청정 지역에서만 볼
                                                              수 있으며, 오염된 갯벌에서는 더 이상 자라지 않는다. 한
                                                              때 기름 유출로 인해 오염되었던 태안 앞바다에 일급수 지

                                                              표생물인 감태가 출현했을 때는 ‘태안의 기적’의 징표로 불
                                                              리기도 했다.
                                                              감태는 이렇게 까다로운 성장 조건 때문에 양식이 불가능

                                                              해서 자연 군락을 이루고 있는 서식지를 찾아가 채취해야
                                                              한다. 차가운 바닷바람을 맞으며 채취해야 하는 감태는 12
                                                              월에서 3월이 제철인데, 봄이 되면 황색으로 퇴색할 뿐 아

            귀한 손님에게 대접하던 달달한 갯벌 이끼                            니라 맛도 떨어진다. 따라서 갯벌 위에 펼쳐진 푸른 감태
            감태에 대한 우리나라의 기록은 400여 년 전으로 거슬러                   담요는 한정된 장소에서, 그것도 겨울 한 철에만 볼 수 있
            올라간다. 1609년 광해군 원년, 명나라 황제 신종은 선조                 는 귀한 풍경이라고 할 수 있다.
            에게 시호를 주기 위해 사신을 보냈다. 이때 조선을 방문한

            명나라 사신을 위해 생선이나 고기를 쓰지 않은 반찬으로                    서해안 감태와 제주 감태는 다르다
            이루어진 진귀한 한상이 준비되었다. 이 밥상에 오른 진귀                   감태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바다 생물은 두 종류가 있다. 흔

            한 식재료 중 하나가 바로 달달한 이끼, 감태(甘苔)였다.                  히 감태라는 이름으로 부르는 서해안 갯벌에 서식하는 갈
            허균은 저서 <도문대작>에 감태를 두고 “민물과 바닷물이                   파래과 해조류의 정확한 학술명은 ‘가시파래’다. 하지만 현
            만나는 전라도의 함평·무안·나주산이 극히 좋고, 단맛이                    재 학술명이 감태로 올라와 있는 생물은 바다에서 자라는
            엿과 같다”라고 기록했다. 실학자 정약용의 형 정약전의                    다시마목 갈조류다.

            저서 <자산어보>에는 “매산태(매생이)를 닮았으나 다소 거                  사람들은 둘 다 감태라 부르지만 생김새나 맛, 쓰임새는 다
            칠고, 길이는 수 자 정도이다. 맛은 달다. 갯벌에서 초겨울                 르다. 다시마목 갈조류 감태의 경우 갈색으로 수심 10m
            에 나기 시작한다”고 저술했다. 조선시대 문헌 곳곳에서                    내외의 깊은 곳에서 자라며 주로 제주 앞바다에서 만날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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