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7 - 2024년12월 라이온지
P. 57
현대인의 저체온화, 잦은 질병의 원인 인도에서는 생강을 두고 ‘신이 내린 치료의 선물’이라 했고,
사람의 정상 체온은 36.5℃입니다. 그런데 요즘 현대인들 이슬람교의 경전인 <코란>에도 생강은 ‘하늘이 내린 성스러
의 체온은 대부분 35℃대에 머물러 있다고 하네요. 한여 운 영혼’이라고 적어 극찬하고 있습니다. 그리스의 철학자
름에도 빵빵하게 틀어놓는 에어컨 바람 때문에 계절을 가 피타고라스도 생강을 소화제나 구풍제(장내 가스를 제거하
리지 않고 현대인의 몸은 늘 차갑습니다. 문제는 이렇게 는 약)로 사용했다고 하며, 그 뒤를 이은 고대 로마인들은
체온이 떨어지면 면역력도 저하된다는 사실입니다. 신진 식중독 등의 해독제로 생강을 처방했다고 합니다.
대사도 약 12% 느려지고, 면역력은 무려 30%나 떨어진다 중세 이후에 생강은 왕가나 귀족 사이에서 부와 권력의 상
고 해요. 만약 정상 체온보다 낮은 35℃대의 체온이 지속 징으로 떠올랐습니다. 16세기 영국에서는 생강 1파운드
되면 배설 기능이 저하되고, 자율신경 기능 이상과 알레 (약 450g)를 양 한 마리와 교환했다고 하니, 생강을 얼마
르기 증상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그 뿐 아니라 35℃대의 나 귀하게 여겼는지 잘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또 영국에
체온에서 암세포가 가장 왕성하게 증식하며, 그보다 1℃ 서 페스트가 유행했을 때 시민의 3분의 1이 사망했는데,
낮은 34℃대가 되면 목숨이 위태로울 정도라고 하네요. 평소에 생강을 많이 먹은 사람은 생존율이 높았다고 합니
한마디로 저체온화는 곧 면역력 저하라는 말입니다. 면역 다. 이 사실을 안 헨리 8세는 런던 시장에게 ‘진저 브레드
력이 떨어지면 감기는 물론 각종 질병에 쉽게 걸린다는 사 (생강빵)’를 만들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해요. 이를 계기로
실은 말하지 않아도 잘 알고 계시죠? 특히나 추운 겨울에 영국을 비롯한 서양에서는 진저 브레드나 사람 모양을 한
는 체온이 더욱 낮아지기 때문에 반드시 체온을 정상으로 진저 쿠키를 차와 함께 즐겨 먹게 되었다고 합니다.
유지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한방에서도 생강은 널리 사용하는 약재 중 하나입니다. ‘약
옷을 따뜻하게 입고, 난방 온도를 적절하게 유지하는 것 방의 감초’라고, 한약으로는 감초를 가장 많이 쓰는 것 같
도 좋은 방법이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몸의 온도를 지만 정작 감초보다 많이 쓰는 약재는 바로 생강입니다. 무
높이는 것. 그래야 추위도 덜 타고, 감기에도 걸리지 않는 려 70%의 한약에 생강이 빠지지 않고 들어간다고 하니, 생
다고요. 몸을 따뜻하게 만드는 데는 뭐니 뭐니 해도 매콤 강의 효능이 얼마나 뛰어난지 짐작이 가시죠? 중국 의학서
하고 향긋한 생강이 최고입니다. 특히나 겨울이 제철인 <상한론>에는 “생강은 몸을 따뜻하게 해서 모든 장기의 활
생강은 이맘때가 가장 맛이 좋다고 하니, 부지런히 그 맛 동을 활발하게 만든다”고 적혀 있으며, <동의보감>에서는
과 향을 즐겨보세요. “생강은 몸의 냉증을 없애고 소화를 도와주며 구토를 없앤
다”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체온을 높여 신진대사를 원활히
전 세계에서 사랑받는 최고의 약재 만들어주는 데 생강만큼 좋은 약재가 없기 때문이죠. 생강
생강의 원산지는 인도입니다. 바닷길을 통해 고대 그리스 은 이처럼 2000년 이전부터 뛰어난 효능으로 사람들을 감
와 로마로 전파되었고, 육로로는 페르시아 등을 경유해 동시켰고, 건강을 지켜왔습니다.
유럽으로 운반되었습니다. 우리나라는 1018년 고려 현종
9년에 생강을 왕의 하사품으로 썼다는, 생강에 대한 최초 면역력 강화, 피부 미용에도 특효
의 기록이 남아 있는데, 그 이전에 신만석이라는 사람이 생강의 놀라운 효능은 과연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요? 생
중국에 사신으로 갔다가 생강을 가져와 전북 완주군 봉동 강에 함유된 성분 중에 특히 주목받는 것은 알싸한 매운맛
지방에 심은 것이 우리나라 생강 재배의 효시라는 이야기 을 내는 ‘진저롤’과 ‘쇼가올’입니다. 진저롤과 쇼가올은 몸
도 있습니다. 을 따뜻하게 만들어 면역력을 높이기 때문에, 감기 초기
december 2024 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