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4 - 2023년4월 라이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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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공학자                                             트로이크는 “그들은 탐험가와 아주 비슷합니다”라며 “우린 정말 그
            필립 트로이크 박사가 실명을 안고 사는 이들의 삶을 바꾸려 한 것은             렇게 생각해요. 어휘만으로도 우리 연구가 어떤 연구가 될지, 어떻게

            아니다. 사실 그에겐 누군가의 삶을 변화시킬 의도가 없었다. 그는 단            기억되기를 바라는지 알 수 있죠”라고 말한다.
            지 전기회로에만 관심이 있었다. 일리노이대학교 어버너 샘페인 캠               트로이크는 의생명 연구(Biomedical  Research)로부터 많은 것을
            퍼스에서 전기공학을 전공하는 대학생이었던 트로이크는 자신이 공                배웠다. 그가 배운 것 중 가장 중요한 것으로 보이는 것은 자신이 만
            부하는 전기회로와 인체 전기신호를 연결해 보았다. “인체에도 전기              든 제품이나 장치를 사용할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눠야 한다는 것이
            신호가 있다는 사실에 마음을 뺏겼어요. 그리고 전기회로와 인체 전              다. “참여자가 생각지도 못한 말을 할 수 있어요”라는 트로이크. 그는
            기신호의 연결이 가능한지 궁금했죠.”                              몇 년 전 시카고 라이트하우스에서 ICVP의 프로토타입(시제품)에 대
            당시 일리노이대학에는 이 두 분야를 함께 묶는 프로그램이 없었다.              해 논의하기 위해 한 남자와 만났던 일을 기억한다. 시각장애인인 그
            그런데 그의 관심을 알아차린 어느 교수가 “그런 쪽에 관심이 있나?             는 그 장치를 사용하면 머리가 어떻게 보일 지를 물었다. 당시에는
            우린 생명공학이라는 새로운 교육분야에 대한 커리큘럼을 연구하고                어떤 모습이 될지 확신하지 못했던 트로이크는 “늘 머리에 모자를 써

            있다네”라며 그에게 수강할 강의 목록을 건넸다.                        야 할 수도 있습니다”라고 답했다. 그러자 그는 “저는 모자를 쓰지 않
            “친구들이 선택과목으로 꽃꽂이 수업을 들을 때 난 생리학 강의를 택             는데요”라고 말했다.
            했죠”라는 트로이크. 짧은 기간 산업체에서 일한 뒤 시카고에 있는              그 대화는 트로이크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엔지니어는 장치의 작
            일리노이대학 대학원에 진학했을 땐 생명공학 강의 프로그램이 개설               동에만 몰두한 나머지 그 장치를 사용할 이들의 인간적 특성을 고려
            되어 있었다. 그는 자신이 가장 관심 있는 일을 다루는 최첨단 연구             해야 한다는 걸 종종 잊어버리기도 한다. 트로이크는 “왜 시각을 상
            에 종사하려면 박사학위를 받아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나를 더             실한 이들은 자기 외모에 관심이 없을 거라 생각합니까”라며 “모든
            똑똑하게 만들기 위해서가 아니라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자신이 보이는 모습에 대해 신경을 씁니다”라고 말한다.

            길이 그것이었기 때문에 박사가 되기로 했죠.”                         트로이크는 렌즈를 통해 자신이 수행하는 모든 일에 다가가고 있다.
            그가 하고 싶었던 일이란 전자장치와 인체를 접합하여 사람들을 돕               ICVP팀 모두는 연구 참여자를 연구 과정의 중요한 부분으로 여긴다.
            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를 명확히 하기 위해 트로이크는 이렇게 표현한다. “우리는
                                                              그들을 우주비행 준비군이라 불러요.”
            우주비행 준비군
            트로이크가 동료들과 협력하여 개발한 것은 시각을 상실한 이들에게                      ICVP팀 모두는 연구 참여자를 연구 과정의 중요한 부분으로 여긴다
            ‘볼 기회’를 주는 멋진 일의 첫걸음이다. 임상시험을 할 때가 되자
            ICVP팀은 특별한 종류의 연구를 해보고 싶었다. 시험하려는 장치(이
            전의 장치와는 전혀 다른) 때문만이 아니라 실제 프로세스가 달라지

            길 원했기 때문에 특별하길 바랐다.
            그들은 한 분야에 지식을 추가하기 위해 사람들에게 자신들의 건강
            과 안전을 위험에 빠뜨리라고 요구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시
            험 참여자들은 얻을 것도 별로 없을 듯한 지식인데 말이다. 이 기술
            은 아직 초기 단계 수준이어서 첫 번째 참여자는 연구자들이 장치의
            작동방식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도록 장시간의 시험을 거쳐야 했
            다. 초기 시험은 팀이 기술을 더욱 정교하게 정비하는 데 활용할 수

            있는 중요한 정보를 제공할 것이다. 그들은 참여자들이 자신들을 없
            어서는 안 될 연구팀의 일원으로 느끼길 바랐다. 왜냐하면 그게 사실
            이기 때문이었다.


            12       april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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