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0 - 2022년4월 라이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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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Review
『언어의 높이뛰기』
신지영 교수의 언어 감수성 향상 프로젝트
《언어의 높이뛰기》는 언어 감수성 향상을 위한 열 번의 강 가는 새롭게 생겨난 용어들로 소외감을 느끼고 코로나19
의로 구성되어 있다. 가족과 친구 사이에서, 또는 사회에 를 더 공포스럽게 느꼈을지 모른다. 전대미문의 재난 상
서 부지불식간에 사용하는 표현 중 변화된 시대상을 담지 황 속에서 왜 우리는 어려운 말들을 새롭게 학습해야 할
못하는 경우를 흥미롭게 분석한다. 평등의 가치를 훼손하 까? 평소 자주 사용하는 일상 용어들을 사용하면 안 될
고, 성차별을 암시하며, 때로는 이분법적 이데올로기로 조 까? 언어의 벽이 만들어지지 않기 위해 우리는 어떤 노력
장하는 사례들을 구체적으로 제시하며, 지금 당장 생각하 을 기울여야 할까?
고 달라질 수 있는 대안부터, 우리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까지 두루 살핀다. 변화는 늘 당신의 입 앞에서 멈춰있었다
이 책은 사소하다고 여겼지만 사실은 그 이면에 많은 문제
코로나 신조어 도대체 누구를 위한 말일까? 를 안고 있는 일상의 표현을 차근차근 짚어낸다. 저자의
코로나19 대유행이 시작된 이후 우리 일상에는 수많은 말 예리한 문제 제기를 따라가다 보면, 우리가 의식하지 못
들이 새롭게 생겨나 사용되고 있다. 비말, 코호트 격리, 했던 차별적 시선이 우리 안에 있다는 사실을, 그리고 우
음압 병실, 에피데믹, 팬데믹, 드라이브스루 등등 일일이 리가 얼마나 그에 둔감한지를 깨닫게 된다. 시대가 바뀌
열거하기 힘들 정도다. 또 이 말들은 익숙하지 않을뿐더 면, 그 시대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생각과 추구하는 가치
러 어렵다. 만약 일반인에게 정보를 전달하고자 하는 것 관도 바뀐다. 이를 담지 못하는 언어 표현들을 꼼꼼하게
이 목적이라면 ‘비말’보다 ‘침방울’이라는 표현이 더 쉽게 되새기고 성찰해야 한다. 말은 결국 자신의 생각을 상대
직관적으로 와닿지 않을까? ‘코호트 격리’보다는 ‘동일 집 에게 표현하는 것이다. 우리가 하는 말이 우리가 지향하
단 격리’라는 말을 사용하는 편이 훨씬 이해하기 쉽지 않 는 가치를 잘 담고 있는지 점검하고, 듣는 사람에게 어떻
을까? ‘코호트’가 로마 시대의 군부대 단위의 이름이었고, 게 들릴지 고민하고, 또 그에 맞게 사용할 때 언어의 품격
통계학에서 동일한 특성을 공유하는 대상 집단을 의미한 이 올라간다. 올바른 말하기 표현을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다는 사실을 굳이 우리가 알아야 하나? 감염병이 유행하 이 책은 언어에 대한 비판적 사고력과 감수성을 높여줄 방
고 수많은 매체에서 관련 기사를 쏟아내는 상황에서 누군 향타가 되어줄 것이다. 자료제공 교보문고
지은이 신지영
언어의 세계를 탐구하는 언어 탐험가. 언어 탐험을 통해 인간을 이해하려는 인문학자. 고려대학교 국어국문학과에서 학
생들에게 언어의 세계를 탐험하는 즐거움을 가르치고 있다. 이 책에는 지난 20년 동안 언어 감수성을 높이고자 지음(知
音)들과 나누었던 이야기들, 그를 통해 발견하고 성찰하게 된 내용을 정리하고 풀어냈다. 책을 읽는 독자들도 말에 담긴
뜻을 되짚어보고, 예민하게 바라볼 수 있는 시선 갖기를 꿈꾸는 언어학자의 바람도 함께 담았다.
48 april 2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