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5 - 2018년 10월 라이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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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그리고 득실을 이기적으로 잘 따지지 않았다. 또 곁에 온
사람을 조건 없이 대하고, 특히 한국 사람을 좋아한다. 그들은
나 모르게 반상회를 하면서 내가 여기서 떠날까 봐 걱정했다고
전했다”고 하며 세상살이의 삶을 마음과 정신으로 관통했다.
대가를 바라지 않는 이곳 사람들의 친절을 알게 되었다는 박
회장은 불가리아의 지역 특성도 말했다. 과거 이슬람 사원과
정교 사원이 있는 9월 9일의 광장과 거리가 공산주의 체제로
남았다. 수도 소피아에서 제2차 불가리아 왕국의 수도였던 벨
불가리아 한인협회 회장인 박성태 씨(왼쪽 세 번째)가 안내하고 있다
리코투르노브까지 버스로 이동하며 이곳에 대한 지각을 일깨
웠다. 오스만 제국의 침략과 왕국은 멸망했으나 그는 선구자였 어린 75세 나이로 발칸의 미개척지를 찾은 용감함이 뭉클, 가
다. 자원이 풍부하고 땅이 비옥한 미개척지로 할 일이 많아서 슴으로 전해졌다. 우리 한국인이 괜찮고 살만한 나라임을 두
란다. 분이 여기에 머물고자 온 것만으로도 짐작됐다. 우리나라 사람
들의 정서가 호기심이 많고 어딘가에 가 보고 더 알아서 나은
유럽의 숨은 보석, 루마니아와 불가리아 일상을 챙기고 싶어 함을 보고 듣는 듯했다.
소피아 광장 근처에서 배낭여행을 온 신윤하(75·서울·전직 교 루마니아 여행지에서「헤르타 뮐러」가 노벨문학상을 받았다
육자) 씨와 친구 이예성(75·서울) 씨를 만났다. “이 나이에 같이 는 가이드의 언급은 없었다. 그러나 헤르타 뮐러(1953~)는 루
여행 올 친구가 단 두 명뿐이었다. 다들 「건강과 시간과 경제 마니아에서 태어나 독일계 소수민족 가정에서 성장했다. "나는
력」이 허락하지 못하였다. 작년에는 크로아티아에서 한 달을 성실히 내 일상을 글로 적었다. 단지 어떤 단어를 사용하는 여
보냈다. 이번에는 불가리아와 루마니아에 머물고 싶다. 어제 소 부에 따라서 그 진실(공산주의)이 실제로 드러났다."
피아에서 자고 이 광장에 역사탐방을 하러 막 나왔다.” 『저지대』로 데뷔하고 『숨그네』로 노벨상을 받았지만, 책 제목
참 반갑고 대단한 실버 두 분이었다. 온화한 표정에 기풍이 부터가 어둡고 독특하듯이 사회주의에서 끝내 버티지 못하고
우여곡절 끝에 망명했고 지금은 독일인으로 살아간다. 독재정
루마니아 수도인 부카레스쿠 궁전과 혁명 광장과 구 공산당본부가 있는 중 권을 『숨그네』란 ‘말이 필요 없는 숨 쉼의 그네로 그 말은 「침
심시가지이다
묵」’의 글로 맞선 공산주의의 강압적인 분위기야말로 공포와
불안의 엄습이었던 걸로 가름한다.
이곳을 여행하며 큰 건물들이 군주와 왕의 산실로 보임은 그
만한 이유가 있었다. 며칠 동안 둘러본 유적은 요새의 펠레세
요성과 브란성은 군주와 왕실로 이어져 지금까지 존재했지만,
당시 「드라큘라」라는 흡혈귀소설까지 남길 만큼 죄를 피로 얼
룩지게 다룬 이들의 계급의식은 죄의식의 악명으로 역사를 장
식했다. 죄를 짓고 군중이나 하급상이 일어나면 도망갈 궁리는
성의 곳곳에서 비밀밀실로 만들어 놓은 걸 적나라하게 볼 수
있었다. 글 김임선 (수필가 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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