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9 - 2022년6월 라이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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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삭하고 달콤한 여름 과일, 참외
            진한 노란색 껍질을 벗기면 하얀 속살이 싱그러운 얼굴을

            드러냅니다. 한 입 깨물면 아삭하면서도 달콤한 과육이 입
            을 즐겁게 만들죠. 안녕하세요? 저는 참외입니다. 옛날에는
            7월이나 되어야 맛을 볼 수 있었지만, 요즘에는 주로 비닐

            하우스 재배를 하다 보니 그보다 이른 5월과 6월에도 참외
            를 실컷 먹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참외의 ‘참’은 순수 우리말로 ‘허름하지 않고 썩 좋은’이라

            는 뜻이고, ‘외’는 ‘오이’를 뜻합니다. 그러니까 참외는 ‘오이
            보다 맛과 향기가 썩 좋은 과일’이라는 의미가 있다고 볼
            수 있죠. 이 밖에도 참외는 ‘황과(黃瓜)’, ‘첨과(甛瓜)’, ‘감과
            (甘瓜)’, ‘왕과(王瓜)’, ‘진과(眞瓜)’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렸

            습니다.
            사실 제 고향은 인도예요. 어른들 말씀으로는 삼국시대 이                                                           개구리참외
            전 중국을 통해 우리나라로 들어왔다고 합니다. 참외 하면

            모두 노란 참외만 떠올리시는데, 국내에 처음 들어온 참외                   법에 대한 연구를 집중적으로 하면 좋을 텐데…. 아무쪼록
            중에는 과피가 개구리처럼 얼룩진 무늬의 재래종도 있었다                    개구리참외가 사라지지 말고 오래도록 우리 곁에 남아주었
            고 해요. 그런데 1970년대부터 개발하기 시작한 개량종의                  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당도가 월등히 높아 현재 유통되는 참외는 대부분 개량종이                   우리나라 사람은 대부분 아삭한 식감을 좋아해요. 아삭한
            랍니다. 밝은 노란색 바탕에 흰 줄무늬가 있는 ‘금싸라기’,                 것은 싱싱하고 건강한 것이라는 인식이 깊이 뿌리내렸기 때
            ‘오복’이 바로 우리가 즐겨 먹는 참외의 품종입니다. 주산지                 문이죠. 그래서 참외도 후숙을 거치지 않고 아삭한 상태로

            는 성주, 김천, 칠곡, 달성 등 대구·경북 지역에 집중 분포                먹는 것을 좋아하는 편입니다. 반면 일본인은 참외를 그다
            되어 있고요.                                           지 즐기지 않는답니다. 그들은 후숙을 한 부드러운 멜론을
            재래종으로는 외양이 노랗고 줄이 있는 은천참외, 줄이 없                   즐겨 먹죠.
            이 매끄러운 황진주단참외, 과피가 녹색 바탕에 개구리 무                   이런 기호 차이는 회에서도 잘 드러납니다. 우리나라 사람

            늬같이 얼룩져 있어 일명 개구리참외라고 불리는 성환참외                    은 쫄깃한 활어회를 좋아하는 반면, 일본인은 부드러운 선
            가 있어요. 예전에는 종종 개구리참외를 볼 수 있었는데, 요                 어회를 좋아하거든요. “한국인은 씹는 것을 좋아하고, 일본

            즘 사람들은 오히려 그게 무어냐고 되묻더라고요. 일반 참                   인은 입에서 살살 녹는 것을 좋아한다”는 말도 있잖아요.
            외보다 단맛이 크게 떨어져 소비자에게 좋은 반응을 얻지                    물론 아삭한 참외도 매력 있지만, 하루 이틀 후숙한 참외도
            못한 것이 원인이죠. 한때 재배하던 농가들도 요즘엔 개구                   무척 맛있어요. 당도가 훨씬 높아지고 향도 짙어지거든요.
            리참외 대신 수익성이 좋은 상추나 오이 재배로 전업을 하                   밭에서 채 익지 않은 것을 딸 때도 있는데, 이런 참외는 후

            고 있는 실정이랍니다.                                      숙 없이 먹으면 딱딱하고 단맛이 적어 오이만 못하다고 하
            우리 참외 가문을 빛내던 한 파(派)가 사라져가는 모습을 보                 네요. 때로는 참고 기다리는 것이 미덕일 때가 있답니다.
            니 가슴이 무척 아파요. 개구리참외를 더욱 맛있게 먹는 방                                                     출처 <뉴트리앤>



                                                                                                      june 2022  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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